유로그룹, 룩셈부르크 회의서 2027년 긴축예산안 통과 촉구…TPI 발동 요건 미충족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과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국채 금리 급등 사태에 대한 외부 개입을 공식 차단하고, 프랑스 정치권에 자체 해결을 촉구했다.
유로그룹과 ECB는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그룹 월례 회의에서 프랑스 국채 금리 급등세에 대한 구제 개입을 차단하고 프랑스 정부 차원의 자체 해결을 공식 촉구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프랑스가 2027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로존 내 어느 기관도 프랑스의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당장 개입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정치권이 스스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로그룹 의장인 키리아코스 피에라카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공공재정과 관련한 프랑스의 의지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시장 혼란에 대응할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발동에는 엄격한 조건이 따른다"며 즉각적인 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ECB는 특정 회원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해 통화정책 전달을 저해할 경우 해당 국가의 국채를 매입할 수 있는 전달보호기구(TPI)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재정건전성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TPI 발동 요건은 EU 재정준칙상 재정적자를 GDP의 3% 이하, 공공부채를 60%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GDP 대비 5.1%, 공공부채는 115.6%에 달해 두 기준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프랑스는 재정적자와 공공부채 비율이 높아 국채 매입 지원 요건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2월 3.2%대에서 최근 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뛰었다. 프랑스 국채와 유로존의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의 10년물 금리차도 최근 한때 1.5%포인트를 넘어섰다. 이는 2010~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 회사채의 38%가 자국 국채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국채의 굴욕'이 발생했으며, 이 비중은 연초 대비 18배나 폭증했다. 투자자들은 프랑스 재정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독일 국채 등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GDP 대비 5.4%로 예상되는 적자 비율을 내년까지 5%로 낮추겠다는 목표 아래 긴축 예산안을 내놨다. 그러나 예산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으로 2024년 이후 총리가 세 차례 교체됐고, 내년 4월 대통령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목표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에마뉘엘 물랭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의 프랑스 국채시장 움직임을 "심각하고 우려스럽다"고 평가하면서 재정건전성 회복에 실패하면 국가가 점차 '금리에 목 졸리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이자 차기 ECB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요아힘 나겔은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중앙은행의 정책 초점은 물가 안정에 있으며 "특정 스프레드 수준"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채 금리 급등만을 이유로 ECB가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프랑스가 채권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2027년 재정적으로 신중한 예산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프랑스가 2027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하며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정치적 분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