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페북 '우리말과 아리랑' 속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과 '그'의 정체는? [수능식 지문풀이]

입력 2026-10-09 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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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추미애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과 아리랑을 소재로 한 풍류 스타일의 시 형식 글을 올렸다. 그런데 글은 중반부부터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국면의 기억으로 급격히 방향을 튼다. 연유가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9일 오후 5시 44분쯤 페이스북에 '우리말과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아무 욕심 없는 맑은 백성이
우리말을 글로도 말할 수 있도록
쉽게 익혀 쉽게 쓸 수 있는
우리글을 만들어준 세종임금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한글날 여주 세종대왕능을 갈까 생각하다가
재선충으로 불타는 나무가 밟혀
배를 타고 이른 아침 가평 남이섬을 돌아 나오는 길에
우리말로 한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낸
아리랑 노래가
출렁이는 은빛 강물에서 굴러나온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산도 그대로이고
물도 그대로인데
사람 마음은
세월 따라 변한다.

그가 왜 갑자기 신발 거꾸로 신고
검찰총장 징계 절차를 코앞에 두고
변심해서 도망치듯 떠났는지 모르지만
징계위 결정이 고작 정직 2개월로 낙착되자
그런 결론을 미리 알려줬더라면 그러지 않았지
라고 했다는 말도 들렸다.

잣나무 잎을 맛있게 먹고도 은혜를 모르고
괴롭히는 하늘소가 알고
숲에 의지하는 밤 부엉이가 알지언정
나는 아직도
그런 사람 마음을 잘 모르겠다.

어찌 사람이 그럴 수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한글날과 남이섬 풍경, 아리랑 가사로 시작한 글은 "사람 마음은 세월 따라 변한다"는 대목부터 정치적 회고로 바뀐다. 특히 "그가 왜 갑자기 신발 거꾸로 신고 검찰총장 징계 절차를 코앞에 두고 변심해서 도망치듯 떠났는지 모르겠다"는 대목의 '그'는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하필 지금 고기영 전 차관을 다시 꺼낸 데에는 현재 진행 중인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국이라는 배경이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추미애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한글날 여주 세종대왕능을 갈까 생각하다가…남이섬을 돌아 나오는 길에"

이 대목은 실제 이날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동선과 맞닿아 있다.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릉을 찾을까 생각하다가 재선충 피해가 마음에 걸려 가평 남이섬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글의 초반부는 정치적 비유라기보다 이날 직접 본 풍경과 감상에서 출발한 것으로 읽힌다. 남이섬의 북한강 풍경에서 "출렁이는 은빛 강물"과 아리랑을 떠올렸고, 이 아리랑의 한 구절이 이후 정치적 회고로 넘어가는 연결고리가 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익숙한 아리랑 가사를 인용한 직후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산도 그대로이고 물도 그대로인데 사람 마음은 세월 따라 변한다"고 적었다.

즉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이라는 민요의 정서를, 자신과 함께하던 누군가가 결정적인 순간에 등을 돌린 기억으로 연결한 셈이다.

▶"그가 왜 갑자기 신발 거꾸로 신고…도망치듯 떠났는지"

정황상 여기서 말하는 '그'는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고기영 전 차관은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검사징계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청구한 당사자여서 위원에서 빠지면서 고기영 전 차관이 징계위원장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고기영 전 차관은 징계위원회를 불과 이틀 앞둔 2020년 11월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에는 징계위 개최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사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쓴 "신발 거꾸로 신고" "도망치듯 떠났다"는 표현은 바로 이 장면을 가리킨 것으로 읽힌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뒀던 2020년 12월 9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차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뒀던 2020년 12월 9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차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왜 지금 다시 고기영인가

현재 고기영 전 차관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고기영 전 차관을 김지용 후보자 청문회 증인으로 부르기로 하자,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이미 이를 공개 비판했다. 그는 "같은 기회주의자 부류에게 무슨 진실된 증언을 하리라고 기대를 거느냐"는 취지로 반발했다. 고기영 전 차관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김지용 후보자의 검사장 승진을 추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최근 김지용 후보자에 대해서도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지용 후보자가 대검 형사부장 시절 한동훈 의원의 휴대전화 포렌식 비용 4억원 승인을 하지 않아 수사를 막았다고 주장했으며, 김지용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이날 글에서 고기영 전 차관을 다시 끌어낸 것은 단순한 옛 기억의 회고라기보다, 곧 김지용 후보자 청문회 증인으로 등장할 고기영 전 차관의 신뢰성과 과거 행적을 선제적으로 문제 삼는 현재형 정치 메시지로도 읽힌다.

▶"징계위 결정이 고작 정직 2개월로 낙착되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결국 정직 2개월을 의결했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당시 여러 비위 혐의를 들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지만 결과는 해임이나 면직보다 낮은 정직 2개월이었다.

▶"그런 결론을 미리 알려줬더라면 그러지 않았지"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이 말을 직접 들었다고 단정하지 않고 "그렇게 했다는 말도 들렸다"고 적었다.

문맥상 고기영 전 차관이 정직 2개월 정도의 결론이 날 줄 알았다면 징계위를 앞두고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훗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이 발언을 고기영 전 차관이 실제로 했다는 사실은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전해 들었다고 밝힌 일화로 한정해 보는 게 정확하다.

▶"잣나무 잎을 맛있게 먹고도 은혜를 모르고 괴롭히는 하늘소"

초반의 남이섬과 재선충 이야기가 여기서 다시 정치적 은유로 돌아온다.

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충인 하늘소가 나무에 기대 살면서도 결국 숲을 병들게 하듯, 자신이 몸담거나 도움을 받은 조직과 사람에게 등을 돌리는 인물을 빗댄 표현으로 읽힌다.

▶"숲에 의지하는 밤 부엉이가 알지언정…나는 아직도 그런 사람 마음을 잘 모르겠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자연 풍경에서 가져온 하늘소와 부엉이를 마지막까지 정치적 비유에 활용했다.

결국 글 전체의 흐름은 '남이섬의 실제 풍경→아리랑의 정서→사람 마음의 변심→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당시 고기영 전 차관의 사퇴→2026년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이어진다.

한글날 콘셉트의 풍류를 읊는 글처럼 시작했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과거의 '배신' 기억을 현재의 중수청장 인사청문회 정국에 다시 끌어온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

추미애, 김지용. 연합뉴스
추미애, 김지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