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우울증 신호는 폭식·과수면…아침 2500룩스 햇볕이 약

입력 2026-10-09 1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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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든 햇빛이 멜라토닌 조절…11월 서울 일조 한 달 새 50시간 급감 광선치료는 조울증 소인 있으면 금물, 심리상담 바우처 8회·청년 2년 검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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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초콜릿이 자꾸 당긴다. 열 시간을 자도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일 때문에 지쳤다고 넘기기 쉽지만, 해가 짧아지는 가을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 번아웃이 아니라 계절성 우울증일 수 있다. 내일은 법정기념일인 정신건강의 날이다. 낮이 눈에 띄게 짧아지는 10월 중하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짚었다.

◆ 입맛 떨어지는 우울증, 살찌는 우울증

흔히 아는 우울증은 입맛이 없어지고 밤에 잠을 못 이룬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정반대로 간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은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늘어 수면이 과다해진다"며 "탄수화물이 많이 든 음식에 식탐이 강해져 살이 찌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특정 계절에만 돌아오는 점도 다르다. 건국대병원이 2019년 낸 의학자료를 보면 주요 우울장애 환자의 11%가 이렇게 계절을 탄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일반인 100명 중 15명이 가을·겨울에 울적함을 느끼고, 두세 명은 일상이 흔들릴 정도의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우울감과 무기력이 2주 넘게 이어지면 전문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산병원의 기준이다.

◆ 눈으로 들어온 빛이 호르몬을 흔든다

출발점은 햇빛의 양이다. 기상청의 1991년부터 2020년까지 평년값 기준 서울의 일조시간은 10월 206.5시간에서 11월이면 50시간 가까이 줄어든다. 인천은 12월까지 가면 10월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줄어든 빛은 뇌의 시계를 건드린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눈으로 들어온 햇빛이 멜라토닌 생성을 조절한다"며 "겨울에 일조량이 줄면 멜라토닌 분비 체계에 변화가 생겨 취약한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잠을 부르는 멜라토닌이 낮에도 넘치니 종일 졸린 것이다.

기분을 떠받치는 세로토닌도 함께 흔들린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햇볕을 덜 받으면 체내 비타민D가 줄어든다"며 "비타민D는 기분과 식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해 부족할 경우 우울증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단것이 당기는 것도 이 세로토닌을 끌어올리려는 몸의 반응이라는 설명이다.

◆ 환자는 9월부터 늘기 시작한다

진료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월별 진료 통계를 보면 우울증 환자는 매년 7월 이후 줄어들다 일조량이 꺾이는 9월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늘어난다. 서미화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4년 한 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10만6603명으로 2020년보다 32.9% 늘었다.

여성이 남성의 두 배였고, 20~40대 여성만 전체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계절성 우울증이 20대 이후 성인기에 접어들며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국내 성인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열에 하나 남짓이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기준 12.1%로, 캐나다의 4분의 1 수준이다.

◆ 아침 2500룩스, 30분이면 시작

치료의 첫 번째 도구는 다시 빛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계절성 우울장애 광선치료 조도를 2,500~1만 룩스로 제시한다. 사무실 실내조명이 300~500룩스 정도이니 열 배 안팎 밝은 빛을 쏘이는 셈이다. 세브란스병원 질환백과는 아침 시간대에 하루 30분에서 2시간 쬐도록 권한다.

기기를 쓰든 안 쓰든 원칙은 같다. 멜라토닌이 넘치는 아침에 빛을 넣어 몸의 시계를 앞으로 당기는 것이다. 광선치료용 램프는 자외선을 차단한 의료용 제품이어야 망막 손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주의 사항이다.

◆ 조울증 소인 있으면 광선치료는 금물

빛이 모두에게 약은 아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양극성 장애 소인이 있는 사람이 광선치료를 받으면 생체리듬이 지나치게 앞당겨져 조증 삽화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진단 없이 기기를 사서 혼자 쓰면 안 되는 이유다.

망막 질환이 있거나 빛에 민감해지는 약을 먹는 사람도 고조도 빛에 눈 손상이나 편두통을 겪을 수 있다. 이 경우 기기 대신 낮에 밖으로 나가 자연 채광 속을 걷는 쪽이 안전하다.

◆ 바우처 8회, 청년은 2년마다 검진

병원 문턱은 올해 조금 낮아졌다.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올해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로 바뀌면서 전문 상담을 총 8회 지원한다. 회당 7만~8만원인데 기준 중위소득 70% 이하는 전액 무료고, 소득이 높을수록 본인부담이 늘어난다.

국가건강검진에서 우울증 선별검사인 PHQ-9 점수가 10점 이상이면 바우처를 신청할 수 있다. 20~34세 청년은 이 검사를 10년이 아니라 2년마다 받도록 주기가 짧아졌고, 조기정신증을 거르는 15문항 검사도 추가됐다.

서울의 한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우울 증상은 마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수면과 식사 등 생활 리듬 전반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며 "악순환을 끊으려면 일상 리듬을 회복하는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