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쇼츠' 노렸나…"인간이 되세요" "여자 깡패" 막말 난무한 국감

입력 2026-10-09 16:48:25 수정 2026-10-09 17: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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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외통위·재경위 등 곳곳서 충돌…전문가 "쇼츠 의식에 변질 심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중지된 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 본인에 대한 발언권 정지에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중지된 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 본인에 대한 발언권 정지에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감사가 9일 1주 차 일정을 마쳤지만, 법사위·외통위·재경위 등 주요 상임위에서 막말과 고성이 잇따르며 정책 검증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7분에 1번꼴로 장내 소란을 제지하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정책 검증을 위한 질의 시간은 전체의 62.9%(5시간13분)에 그쳤고, 나머지 37.1%(3시간5분)는 의원들의 일방적 발언과 절차 진행에 쓰였다.

시간당 평균 8.7회, 약 6.9분마다 고성과 이를 제지하는 발언이 나왔으며, "조용히 하세요" 46회, "발언권 정지" 20회 등 장내 소란을 제지하는 표현이 72회에 달했다.

법사위는 국감 첫날인 6일부터 충돌이 시작됐다. 조희대 대법원장 증인 선서 및 이석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맞붙으면서 여야 의원 간 인신공격성 설전으로 번졌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의 발언을 두고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인간이 되세요"라고 쏘아붙였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어"라고 가세했다. 김태규 의원은 "수준하고는. 네가 인간이 되세요"라고 응수했다.

오후 국감에서는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의 진행 방식을 두고 국민의힘 간사 박형수 의원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여자 깡패"라는 표현까지 오갔다. 서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김태규·박형수 의원의 발언권을 제한했다. 국민의힘은 발언권 정지 조치에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법무부 국감에서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민이 위임한 역할을 못 하게 된다"며 재차 항의했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피켓 시위로 한때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재경위 국감에서 '미래 망치는 미래대응기금 철회하라' 피켓을 노트북에 부착하자, 민주당 소속 조승래 재경위원장이 제거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하면서 국감은 약 30분 지연됐고, 여야 간사 협의 끝에 피켓을 제거하며 재개됐다. 농해수위에서도 '농민 몰아내서 결국 태양광이냐' 피켓 부착으로 회의가 중단됐다가 피켓 제거 후 재개됐다.

7일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감에서는 탈북민 관련 의혹을 따지는 질의가 웃음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지면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갔다. 탈북민 출신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통일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탈북민 북송 회유' 의혹 관련 제보를 질의하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박 의원이 "이게 웃기는 얘기인가"라고 따지자, 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고, 정청래 의원은 "생리현상은 제어하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양측의 언쟁은 반말·고성 섞인 충돌로 번졌다.

교육위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의 학생 단체관람을 두고 충돌이 벌어지던 중 국민의힘 소속 김희정 교육위원장이 혁신당 강경숙 의원의 마이크를 끄면서 여야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감 파행의 배경으로 유튜브 쇼츠 문화를 지목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가 정부를 견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수십 년 동안 반복됐다"며 "최근 유튜브 '쇼츠'를 의식하는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국정감사가 더 자극적이고, 센 발언을 위한 장으로 변질되는 정도가 심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과거 지역구 현안과 별 상관이 없어 기피 상임위로 꼽혔던 법사위가 최근 쇼츠를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 상임위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민주당 법사위원은 "보좌진이 삼각대까지 설치해 작정하고 촬영하는 수준으로, 국정감사장이 유튜브 촬영장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옥 시그널정치연구소 소장은 "이른바 '도파민의 시대'라고 하지 않나"라며 "정치인들도 대중의 수요에 편승하지 않으면 이목을 끌 수 없으니 상승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국감은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의 시간"이라며 "국민감정을 자극할 말보다는 이성과 논리로 국정을 깊이 감사하는 것이 야당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국정감사는 이달 27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