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모두의 얘기로 이어지는 이 시대의 풍경…이대천 개인전

입력 2026-10-09 12: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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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출신의 재독(在獨) 작가
갤러리 팔조서 한국 첫 개인전

이대천, 당랑박선, 2026, Oil on Canvas, 170x130cm
이대천, 당랑박선, 2026, Oil on Canvas, 170x130cm
이대천 작가의 Horizon(수평선) 연작이 갤러리 팔조에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이대천 작가의 Horizon(수평선) 연작이 갤러리 팔조에 전시돼있다. 이연정 기자
이대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이대천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다양한 색의 조각이 캔버스 위를 빈틈없이 덮었다. 미지의 우주 혹은 바닷속 풍경 같은 그림은 가까이 갈수록 하나 둘 작은 얘기들을 드러낸다.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달려가는 개들, 산천의 풍경, 길게 뻗은 도로, 그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 낚시꾼, 돛단배 한 척, 주인 잃은 당나귀….

관람객은 작가가 제시하는 다양한 단서를 발견하며 감상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그것과 연결된 각자의 기억을 떠올린다. 보이지 않는 그 수많은 기억과 감정들은 화면 위에 쌓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품을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 작가는 해석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둔 채 또 다른 그림에서 얘기를 이어간다.

경북 울진 출신으로 20년 이상 독일에서 거주하며 활동해온 이대천 작가의 한국 첫 개인전이 갤러리 팔조(대구 수성구 들안로13길 66-6)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회화는 추상과 구상, 시간적·공간적·문화적 요소, 기억과 현실의 다양한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중첩되고 병렬적으로 펼쳐지며 다층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정 장소를 재현한 이미지도, 자신만의 얘기도 아니다. 이 시대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펼쳐내 모든 사람의 얘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제시한다.

작가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하나의 세계"라며 "모든 것은 어딘가에서 서로 연결돼있다는 막연한 확신이 있다. 내게 회화는 그 연결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드로잉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집한 요소들을 화면 여기저기 배치하고, 전체적인 색이나 형태, 크기를 고민하며 쌓아나갑니다. 비거나 더해질 수 없는 상태를 향해 계속 그리고, 다시 지우기도 하죠. 끝이 보이지 않는 시도를 반복하며 순환하고 이어지는 하나의 풍경을 찾아나갑니다."

그는 그림 곳곳에 스토리텔링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숨겨놓기도 한다. 작품 '당랑박선'의 오른쪽 아래에는 나비를 쫓는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그는 "경계심 많은 고양이가 나비에 정신이 팔려 내가 사진을 찍으려는지도 모르더라"며 "그 순간 당랑박선(螳螂搏蟬)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자신을 노리는 까치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눈앞의 이익에만 정신이 팔려 뒤에 닥친 위험을 깨닫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권력을 위한 전쟁, 개발을 위한 자연 훼손 등 이 시대를 살아가며 염려하고 걱정하는 부분을 고양이와 나비를 통해 얘기하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대천 작가 개인전이 갤러리 팔조에서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이대천 작가 개인전이 갤러리 팔조에서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이대천 작가 개인전이 갤러리 팔조에서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이대천 작가 개인전이 갤러리 팔조에서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그대로 보고 그리는 실경이 아닌 자신의 느낌을 담은 진경을 그리고, 화면 안에 밝음과 어두움, 혹은 무심함과 집착의 중용을 찾는다. 모두 동양화적 요소를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서양화의 재료로 동양화의 바탕을 그리고, 한국 사람으로서 독일에서 활동하며, 추상과 구상이 혼재된 풍경을 표현하는 그는 스스로를 "항상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불안과 경계에서 오는 긴장감은 오히려 그림에 역동성을 더하는 동력이 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죠."

그는 "그림을 그리며 항상 경계하는 건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려는 것"이라며 "오래 그리다보면 기술이나 요령이 생기기 마련이다. 머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재료로 드로잉하고 연구한다. 또 새로운 스타일의 풍경을 위해 계속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대천 작가는 영남대학교 회화 전공, 독일 드레스덴 국립조형예술대학교 회화·그래픽 전공, 베를린 예술대학교 회화·그래픽 전공 및 동 대학 마이스터 과정을 거쳤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베르크슈타트 플레텐베르크 초청 작가에 선정됐고 독일 연방공동위원회로부터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일·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