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폭발 두고 남북 정면충돌…"北이 지뢰 매설" vs "서투른 술책"

입력 2026-10-09 09: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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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훈 대사 "명백히 정전협정 위반"…책임조치 촉구
北 "접경지 요새화 전략을 군사적 침략으로 규정"

30일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날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북측의 정전협정 위반임을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30일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날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북측의 정전협정 위반임을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을 두고 남북이 유엔 무대에서 정면 충돌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자 북한은 한국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했다.

차지훈 주유엔 대사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일반토의 연설에서 "지난 9월 21일 DMZ 내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3명의 군인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지원하고 법과학적 분석을 거친 합동 조사 결과, 해당 폭발은 군사분계선(MDL) 남측에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에 의해 발생한 것임이 확인됐다"며 "이는 한국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차 대사는 북한에 책임 있는 대응도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이러한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공개 사과와 함께 책임있는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즉각 답변권을 행사해 한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북한 측 대표는 "한국(ROK)이 언급한 이른바 '지뢰 폭발 사건'은 정당한 주권 행사인 남측 접경지 요새화 조치를 군사적 침략으로 규정하려는 불순한 방해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려 한다며 군부의 '서투른 술책'(poor trick)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도 근거로 들었다. 북한 측은 정 장관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당국자조차 이번 지뢰 폭발을 북한의 고의적 공격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북한 지뢰 폭발과 관련해 '아직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 측은 한국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면서 남쪽 접경지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단호하고 과감하게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내놓은 담화와 같은 맥락이다. 김 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이번 지뢰 폭발 사건을 '자작 광대극'이라고 표현하며 한국 측 주장을 조롱했다.

남북 간 공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 측이 다시 답변권을 얻어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고 북한도 재차 발언권을 행사했다.

안지인 주유엔 대표부 참사관은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의 합동 조사와 법과학적 분석 결과를 근거로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가 폭발 원인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북한 측은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며 자국 영토 내 군사적 주권 행사 문제를 한국과 논의할 뜻이 없다고 맞섰다. 이어 "협상이 아닌 철저한 힘의 행사를 통해 영토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대사는 이날 연설에서 DMZ 지뢰 폭발 사건뿐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북·러 군사협력도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안보는 물론 전 세계 비확산 체제에도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한 대표는 프랑스와 캐나다, 덴마크 등 다른 국가들이 제기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비판에도 반발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미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유엔 제1위원회는 유엔총회 산하 6개 주요 위원회 가운데 하나로 군축과 군비통제, 대량살상무기(WMD) 방지 등 국제 안보 현안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