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이 선박 추적 자료 등을 분석해 '올해 7~8월 울산·여수 등 한국 항구에서 유조선 7척이 14차례에 걸쳐 17만6천 톤 이상의 경유 등 석유 제품을 싣고 러시아로 향했다'고 보도하면서 국제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한국이 러시아 연료난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의혹(疑惑)을 사실화하고 있다.
우-러 전쟁으로 국제적 대(對)러 제재가 시행되는 만큼, 러시아 지원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또는 미국·EU(유럽연합)처럼 독자 제재 법안을 마련한 국가들로부터 '관세 최고 100% 부과' 등을 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거래 주체와 원산지, 최종 구매자 등 핵심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개별 거래를 근거로 한국이 러시아의 연료난과 정제 능력 상실 효과 완화에 도움을 줬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부적절하다"고 했다. 명확하게 '러시아에 석유류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확인(確認)하는 게 아니라, 에두른 표현이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어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특히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관련 비공개 합의 위반 여부로 한-우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한국이 러시아에 석유를 제공했는지 여부는 국제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지원은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 및 러시아의 뒷배가 되고 있는 중국 등과 함께 한국이 반(反)자유주의 진영에 서고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이재명 정부를 친중(親中)으로 규정하고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성을 미 국무부에 강조했고, 쿠팡 관련 국정원 요원과 주미한국대사관 파견 국정원 직원 등의 미국 비자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미국 방문까지 거부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상 이상으로 깊다는 의미이다.
어떤 진영으로부터도 신뢰받지 못하는 애매하고 모호한 줄타기 외교는 자칫 국익을 크게 해치고 국가의 운명을 나락(那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