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성공에 아빠의 무관심은 옛말…갈수록 거세지는 '바짓바람'

입력 2026-10-14 15:53:22 수정 2026-10-14 16: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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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설명회부터 입학 정보 엑셀 정리까지
자녀 대입 돕기 위해 아버지들도 동분서주

지난 13일 대구 수성구 학문당학원에서 열린
지난 13일 대구 수성구 학문당학원에서 열린 '예비 고1 입시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경 기자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 송원학원에서 열린 정시 설명회에서 한 아버지가 대학별 정시 배치표에 줄을 긋고 있다. 김영경 기자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 송원학원에서 열린 정시 설명회에서 한 아버지가 대학별 정시 배치표에 줄을 긋고 있다. 김영경 기자

#지난 13일 오후 8시 대구 수성구 한 입시업체에서 열린 '예비 고1 입시 설명회'. 참석자 50여 명 중 8명이 중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었다. 이들은 설명회 시작 전부터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 내신 5등급제 관리 전략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자료집에 없는 내용이 스크린에 뜰 때마다 일어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중3 자녀를 둔 장우영(58) 씨는 "입시 제도가 많이 바뀌어서 어느 정도 알아야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정보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최근 자녀의 입시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바짓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자녀의 성공엔 '조부모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48) 씨는 매일 밤 고3 딸이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마칠 시간이 되면 데리러 간다. 주말도 예외는 없다. 최근 자녀 수시 모의 면접 강의 선착순 접수를 위해 점심시간에 노트북을 들고 식당에 가기도 했다.

그는 "차를 타고 20분이 걸리고 밤이 늦어 피곤하기도 하지만 아이를 위해선 아무렇지도 않다"며 "대입 설명회에 수차례 다녀왔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시 상담에도 아내와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도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들이 많은 편"이라며 "수험생 자녀를 둔 직장 남자 동료들과도 입시 정보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나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이 지난 8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들이 지난 8월 대구시교육청 '2027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대비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김영경 기자

엄마들이 주로 주변 학부모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입소문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면 아빠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짜는 모습도 보인다.

재수생 자녀를 둔 김모(52) 씨는 첫째에 이어 둘째 아들의 수시 지원을 위해 자신이 직접 대입 정보를 모은다. 의대를 희망하는 아들을 위해 전국 의대 입학요강을 모두 살펴보고 대학별 수시 교과 반영 비율, 수능 최저학력기준, 면접 여부 등 주요 내용을 엑셀에 표로 정리했다. 자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아버지와 논의 끝에 6장의 수시 카드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그는 "학교나 학원에서 상담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학 홈페이지에 정보가 다 공개돼 있기도 하고 내 손으로 직접 해야 마음이 편하다"며 "평소 엑셀을 다루는 데 익숙하고 데이터 분석이 몸에 배어 있어 입시 정보를 수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아빠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파파안달부루스'는 수능·모의평가 성적을 바탕으로 정시 지원 합격률을 예측해 주는 엑셀 프로그램을 개발·배포해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부부 가사분담·자녀 양육 방식 등에 대한 인식 변화를 꼽았다.

배종열 대구시교육청 진로진학담당 장학관은 "고입이나 대입 설명회장을 찾는 아버지가 5년 전보다 2~3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엄마, 아빠 할 것 없이 자녀를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으면 먼저 발 벗고 나서는 경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차상로 학문당학원 입시연구소장도 "아버지들이 갈수록 자녀 공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스스로 공부도 많이 한다"며 "특히 40대 중반~50대 초반인 아버지들은 학력고사가 아닌 수능 체제를 경험한 세대라 복잡한 입시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