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교영] '현금 복지'의 덫

입력 2026-10-0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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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어디는 얼마를 준다는데, 왜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성 지원을 놓고 시·군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경북 문경시는 전 시민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급했다. 울진군도 전 군민 지원금을 추진했다. 성주군과 봉화군은 자체 기본소득(基本所得)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까지 확대되면서 경쟁이 붙는 모양새다.

돈을 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이래도 되나 싶지만, 막상 받으면 기분 좋다. 정치인에게도 매력적인 정책이다. 돈을 주고 박수를 받는 일이니. 현금 지원은 시작은 쉽지만 끊기는 어렵다. 한 번 시작하면 다음 지원을 기대하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일회성 지원이 상시 사업으로 굳기 쉽다. 선거를 앞둔 자치단체장들은 금액을 확대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지자체의 곳간은 빈약하다. 경북의 재정자립도는 2023년 25.3%에서 올해 23.5%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반복적인 현금 지출이 늘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쓸 돈이 준다.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산업 인프라 구축이 밀릴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이미 그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세수(稅收) 부족과 빚보증 부담으로 '재정 비상'을 선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청년기본소득은 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을 지급해왔다. 그런데 재정난이 커지자 도비 부담을 70%에서 30%로 낮추고, 시·군 부담은 30%에서 70%로 높이기로 했다. 성남시 등 일부 시·군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보편적(普遍的) 권리'라던 정책이 지자체 재정 여력에 좌우되고 있다. 정책 설계의 실패다. 재정이 좋을 때 시작하고 어려워지면 시·군에 부담을 넘기는 방식으로는 보편 복지가 유지되기 어렵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현금성 지원에 제동(制動)을 걸었다. 시·군에 현금성 신규 사업과 확대를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현금 지출을 줄이는 곳에는 도비를 더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단다.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모든 현금 지원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재난과 긴급한 위기 때, 사회적 약자에게는 필요하다. 그러나 반복적인 현금 지급은 신중해야 한다. 주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것보다 소득을 얻을 일자리를 만드는 게 지속 가능한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