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부터 디저트까지…외식 수요 몰려
호텔은 현지 셰프·특화 메뉴로 차별화
"홀만큼 밥도 중요"…웨딩업계도 경쟁
2만원짜리 뷔페에서는 '본전'을 따지고, 10만원짜리 호텔 뷔페에서는 '경험'을 산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하객들에게 "밥 맛있었다"는 말을 듣기 위해 웨딩홀 뷔페까지 꼼꼼히 따진다. 가격도, 찾는 이유도 다르지만 요즘 외식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는 공통분모는 '뷔페'다.
한동안 '많이 먹어야 이득인 곳'으로 여겨졌던 뷔페가 달라지고 있다. 고물가에는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한자리에서 해결하는 가성비 외식으로, 특별한 날에는 돈을 더 내고 색다른 음식을 즐기는 미식 경험으로 선택받는다. 웨딩업계에서도 음식이 예식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다.
◆ "디저트까지 생각하면 뷔페 오히려 가성비"
아이와 함께 뷔페를 자주 찾는 이규민(37) 씨는 요즘 뷔페가 오히려 '가성비 외식'이라고 말한다. 세 식구가 일반 음식점에서 밥을 먹은 뒤 커피와 아이가 먹을 디저트까지 따로 사다 보면 뷔페 한 번 가는 비용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이 씨는 "어른도 어른이지만 아이들은 밥을 먹고 나면 후식을 또 사달라고 한다"며 "식사하고 커피나 디저트까지 따로 사 먹는 비용을 다 합치면 오히려 뷔페보다 훨씬 비싸다. 우리 가족에게는 뷔페에 오는 게 가성비 있는 외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뷔페 시장은 다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애슐리퀸즈·쿠우쿠우·빕스·아워홈 테이크 등 주요 뷔페 업체 4곳의 올해 합산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1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세는 매장 확대로도 이어졌다. 애슐리퀸즈 매장은 2022년 59곳에서 올해 120곳 수준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빕스 역시 2022년 25곳에서 지난해 35곳으로 증가했다. 아워홈도 뷔페 브랜드 '테이크'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격을 낮춰 고객을 끌어모은 사례도 있다. 자연별곡 평촌점은 이용료를 평일 1만5천900원, 주말·공휴일 1만9천900원으로 낮춘 뒤 지난 8월 1~24일 이용객이 전년 동기보다 63%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25% 증가했다.
대구지역 뷔페 현장에서도 가족 단위 고객을 중심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구 중구 한 뷔페 직원은 "예전에는 많이 먹으려는 고객이 주로 뷔페를 찾았다면 최근에는 가족끼리 한자리에서 다양한 메뉴를 즐기려고 찾는 경우가 많다"며 "외식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다 보니 식사 후 카페나 디저트까지 이용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뷔페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만원 한 끼도 북적…호텔 뷔페는 '경험'을 판다
고물가에 가성비 뷔페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가격표의 반대편에서도 뷔페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한 끼에 10만원 안팎을 내야 하는 호텔 뷔페다. 평소 외식에서는 가격을 꼼꼼히 따지면서도 기념일이나 가족 모임처럼 특별한 날에는 비용을 더 지불하는 '선택적 프리미엄 소비'가 호텔 뷔페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호텔 뷔페 가격은 10만원 선까지 올라와 있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 뷔페 레스토랑 '어반 키친'의 성인 이용료는 평일 런치 7만9천200원, 디너 9만9천원이며 주말·공휴일은 11만9천원이다. 호텔 인터불고 대구의 '더뷔페 앳 인터불고' 역시 성인 기준 평일 런치와 디너가 9만9천원이다.
높은 가격만큼 호텔들은 단순히 음식 가짓수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경험을 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은 25일까지 어반 키친에서 'Taste of Vietnam: A Culinary Journey(베트남 미식 여행)'를 진행한다. 어반 키친이 진행해 온 '글로벌 미식 여행' 가운데 해외 현지 셰프를 직접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 쉐라톤 하이퐁의 팜 반 쿠옹 셰프가 직접 대구를 찾아 현지 호텔의 레시피로 약 15종의 음식을 선보인다. 국내에서도 익숙한 분짜와 반쎄오뿐 아니라 게살 육수로 맛을 낸 하이퐁 지역 대표 쌀국수 '반다꾸어', 베트남식 허브 치킨 수프와 닭고기·연자육 죽 등 현지색이 강한 메뉴도 포함했다.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현지 셰프가 만든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해 식사 자체를 하나의 미식 경험으로 만든 셈이다. 일반 뷔페가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호텔 뷔페는 음식과 공간, 서비스에 희소성 있는 콘텐츠까지 더하며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대구 메리어트 호텔 관계자는 "글로벌 메리어트 브랜드 호텔과의 협업으로 베트남 현지 호텔 셰프의 레시피를 대구에서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미식 여행'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맛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홀만큼 밥도 중요"…웨딩홀도 '뷔페 맛집' 경쟁
뷔페 경쟁은 결혼식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예비부부들이 웨딩홀의 분위기나 접근성뿐 아니라 하객에게 대접할 음식의 맛과 종류까지 꼼꼼히 따지면서다.
실제 대구지역 예비부부들의 웨딩홀 투어·계약 후기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한 예비부부는 대구지역 웨딩홀 15곳 이상을 비교하면서 가격과 홀 정보뿐 아니라 '밥'을 별도 항목으로 정리했다. 호텔 인터불고 웨딩홀 계약 후기에서도 하객을 고려할 때 답례와 주차, 음식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음식에 대한 좋은 평가를 계약 결정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웨딩홀을 직접 경험한 하객들의 '밥 평판'도 선택 기준이 된다. 일부 예비부부는 주변에서 해당 웨딩홀 뷔페가 맛있다는 평가를 들은 것을 계약 과정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메뉴 종류뿐 아니라 음식이 제때 채워지는지, 즉석조리 메뉴는 무엇인지, 연회장 동선이 혼잡하지 않은지까지 살펴보는 후기도 등장한다.
웨딩업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실제 전국적으로는 음식 경쟁력을 아예 브랜드화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아펠가모·더채플 등을 운영하는 웨딩기업 유모멘트는 별도의 조리 연구개발(R&D) 조직을 두고 지점별 음식 경연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메뉴를 개발한다. 음식이 맛있다는 평가가 입소문을 타면서 아펠가모에는 '밥펠가모'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한 웨딩플래너는 "예전처럼 홀이 예쁜지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요즘 신부들은 하객들에게 대접할 음식까지 상당히 중요하게 본다"며 "상담할 때도 각 웨딩홀의 뷔페 메뉴 구성이나 음식에 대한 평가 등 여러 정보를 함께 안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웨딩홀들도 이런 수요를 알고 있기 때문에 뷔페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며 "메뉴를 차별화하거나 음식의 질을 높이는 등 뷔페 자체가 웨딩홀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