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석방을 요구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 사이 관계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는 7일 문화일보 인터뷰('[단독]"이화영, 李 대통령에게 화 많이 났다"…靑에 '가석방' 요구' 기사)에서 "복역 기간이 5년째에 접어들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며 여러 경로로 가석방 요구를 전달했지만 "더 이상 기다리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인터뷰가 보도된 뒤 김광민 변호사는 같은날 오후 1시 19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렸다. 김광민 변호사는 인터뷰 표현을 두고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면서도 "대북송금 사건이 조작됐다고 결론 내놓고선, 정작 그 사건으로 5년째 수감 중인 사람을 철저히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 훨씬 더 심하고 잔인한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진짜 분노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무엇이 진짜 '지나친' 행동인지 직시해야 할 때"라고 했다.
물론,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으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돼 수감 중이고, 가석방 역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법무부 장관이 허가한다.
◆조응천이 꺼낸 '대속론'…삼국지엔 왕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조응천 전 국회의원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과거 발언을 인용한 해석을 내놨다.
조응천 전 의원은 오후 4시 1분쯤 페이스북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2024년 총선 직후 민주당 당선인들에게 "여러분도 누군가 대속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한 뒤, 지금 이화영 전 부지사의 심경 역시 "대통령도 누군가 대속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십자가를 지고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이젠 그 빚을 갚으라는 당당한 채권자의 요구처럼 들린다"고 평가했다.
어디까지나 조응천 전 의원의 정치적 해석이지만, 삼국지연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왕후 이야기다.
◆"네 머리를 빌려야겠다"…조조가 책임 떠넘긴 창고관리
삼국지연의에서 조조군은 원술을 공격하던 중 군량 부족에 시달린다. 그러자 조조는 창고 관리 왕후에게 작은 됫박으로 군량을 나눠주라고 지시한다. 이를 모르는 병사들은 식량이 줄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조조를 원망한다.
이에 조조는 왕후를 불러 뜻밖의 말을 꺼낸다.
"그대에게 한 가지를 빌려 군심을 안정시키고 싶다."
무엇을 빌리려 하느냐는 왕후의 질문에 조조는 "그대의 머리를 빌려 사람들에게 보이겠다"는 취지로 답한다. 겁에 질린 왕후가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항변하자 조조 역시 그것을 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왕후를 희생시키고, 왕후가 멋대로 작은 됫박을 사용해 군량을 빼돌렸다는 내용의 방을 내건다.
병사들의 불만은 그렇게 가라앉는다. 조조가 만든 문제의 책임을 부하 한 사람에게 돌린 셈이다.
◆'왕후'로 단정할 순 없지만…'방치'와 '대속'이 남긴 불편한 그림자
물론 이 장면을 현실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 대신 범죄 책임을 떠안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아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관련 혐의에는 이미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대속' 역시 조응천 전 의원이 현재 이화영 전 부지사 측 태도를 해석하며 제기한 정치적 주장이다.
그럼에도 김광민 변호사가 직접 "5년째 수감 중인 사람을 철저히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조응천 전 의원 역시 이를 '대속한 사람이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모습'에 빗댄 상황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삼국지연의 속 왕후는 조조에게 "나는 죄가 없다"고 항변했다. 조조도 그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1800여년 뒤 현실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자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관계를 실제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본인만 알 일이다. 다만 이화영 전 부지사 측에서 공개적으로 '방치'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제3자인 조응천 전 의원이 이를 '대속'과 '채권자'의 언어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는 정치적 시선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왕후의 이야기는 주군이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긴 극단적인 비유다. 현실이 그와 같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오랜 측근이었던 인물의 주변에서 "왜 아직 나만 남아 있느냐"는 취지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은, 적어도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부지사의 관계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얽힌 사법리스크도 마찬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