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어라 기도했죠"… 5년간 만든 위성, 우주서 생존 신호 보냈다

입력 2026-10-07 15:42:34 수정 2026-10-07 16: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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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실린 큐브위성 개발 DGIST 정범준·김현민 학생 인터뷰
인터뷰 도중 날아온 비콘 신호… GBSAT 생존 확인
하루 두 차례 교신하며 한 달 넘게 임무 수행 예정
위성 개발 경험 각자의 진로로… 제어·SW 분야 꿈 키워

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인근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기다리며 촬영한 DGIST 정범준(왼쪽)·김현민 학생. 독자 제공
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인근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기다리며 촬영한 DGIST 정범준(왼쪽)·김현민 학생. 독자 제공

"제발 사출만 잘 되고, 살아만 있어라 하고 기도했습니다."

7일 낮 12시 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굉음과 함께 하늘로 솟구치자 정범준(23)·김현민(22)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의 시선도 누리호를 따라 움직였다.

누리호에 실린 큐브위성 'GBSAT(Geomagnetic-field Bound Solar Activity Tracker·지비셋)'은 두 학생을 비롯한 경기북과학고 동문 7명이 5년 동안 직접 만든 위성이다. 누리호 첫 발사를 친구들과 지켜보며 시작한 작은 도전이 5년 만에 실제 우주까지 닿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 학생과 김 학생은 발사 성공의 기쁨보다 자신들이 만든 위성이 무사한지를 먼저 걱정했다.

김 학생은 "발사할 때는 '제발 사출만 잘 되고 살아만 있어라' 하고 기도했다"고 했다. 정 학생 역시 "올라가는 모습을 직접 봤는데 정신이 없었다"며 "사출될 때 위성이 제대로 나올지를 가장 많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살아 있다" 우주서 날아온 첫 신호

기다리던 소식은 인터뷰 도중 날아왔다. 지상에서 GBSAT이 주기적으로 보내는 '비콘(Beacon)' 신호가 잡힌 것이다.

"지금 비콘 신호를 방금 받았어요! 위성이 살아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두 학생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김 학생은 "비콘에는 위성의 상태 정보가 담겨 있는데, 현재까지는 에러 없이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누리호 5차 발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누리호는 주탑재 위성인 초소형 군집위성 2~6호 5기를 목표 궤도에 투입했고, GBSAT을 포함한 큐브위성 9기도 우주로 사출됐다.

하지만 누리호의 발사 성공이 곧 GBSAT의 임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다.

우선 지상국에서 GBSAT에 명령을 보내고 위성이 이를 정상적으로 수신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후 위성 내부의 각종 서브시스템을 하나씩 작동시켜 이상 여부를 점검한 뒤 본격적인 관측 임무에 들어간다. 비콘 신호를 통해서는 각 부품의 온도와 배터리 잔량 등 위성의 기본적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지상국과 GBSAT이 통신할 수 있는 기회는 하루 두 차례 정도다. 학생들은 앞으로 한 달 넘게 교신을 이어가며 위성의 상태를 살피고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GBSAT의 최종 목표는 고도 약 570㎞의 지구 저궤도에서 지구 자기장을 따라 들어오는 50메가전자볼트(MeV) 이상의 고에너지 양성자를 관측하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상공에서 양성자가 얼마나 유입되는지를 측정해 일종의 '양성자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학생은 "양성자는 태양에서 날아와 지구 자기장을 따라 들어오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양성자가 들어오는지를 측정하면 태양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확인할 수 있다"며 "시간에 따라 양성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지도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측은 우주 환경이 전자기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고에너지 양성자가 전자기기에 충돌하면 메모리 내부의 정보가 뒤바뀌는 등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학생은 "양성자가 메모리 같은 전자기기에 영향을 주면 0과 1이 뒤바뀌는 현상이 일어나 기계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며 "양성자량을 파악하면 이에 어느 정도 대비해야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친구 7명의 5년 도전

GBSAT의 또 다른 의미는 전문 연구기관이나 기업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위성이 실제 우주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경기북과학고 동문인 양준영(한국항공대), 이상훈·정범준·김현민(DGIST), 이제민(KAIST), 방우찬(서울대), 이태균(GIST) 학생은 대학 진학 후 학교가 흩어진 뒤에도 팀을 유지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한 큐브위성 경연대회를 계기로 윤효상 KAIST 교수의 지도를 받아 위성 개발에 뛰어들었다.

김 학생은 "큐브위성 경연대회 자체가 학생들이 직접 위성을 만들어보면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교육 목적의 대회"라며 "우리가 만든 위성이 실제로 동작한다는 것은 이런 교육 활동이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5년간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오랜 우정과 수평적인 팀 문화였다. 각자의 진로가 달라 학부 연구와 창업 등 다른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위성 개발만큼은 놓지 않았다.

정 학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어서 워낙 결속이 잘돼 있었다"며 "누군가 의견을 내면 다 같이 토론하는 수평적인 조직이었다. 각자 꿈은 달랐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도 프로젝트를 계속 병행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위성 개발 경험은 두 학생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함께 공부하는 김 학생은 GBSAT의 소프트웨어 분야에 주로 참여했다. 그는 "위성을 제작하면서 소프트웨어 부분에 많이 관여했다. 앞으로 하드웨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분야로 진로를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정 학생은 위성을 설계하며 최적화 분야에 관심을 키웠다. 구조·열 해석을 통해 설계의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고, 현재는 위성 제어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2021년 누리호 첫 발사를 지켜보던 고교 동창들이 "우리도 위성을 만들어보자"며 시작했던 도전. 그때의 자신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정 학생은 짧게 답했다.

"5년 뒤에 너희가 만든 게 위로 올라가."

그러나 GBSAT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콘으로 생존은 확인했지만 지상국의 명령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관측 임무까지 완수해야 한다.

우주를 돌고 있을 GBSAT에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정 학생은 웃으며 말했다.

"대전에서 말 걸면, 한 번만이라도 말 좀 들어달라고 하고 싶어요."

김 학생도 바람을 보탰다.

"다음 교신 때 저희가 보내는 명령에 따라서 임무를 잘 수행해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