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실린 큐브위성 개발 DGIST 정범준·김현민 학생 인터뷰
인터뷰 도중 날아온 비콘 신호… GBSAT 생존 확인
하루 두 차례 교신하며 한 달 넘게 임무 수행 예정
위성 개발 경험 각자의 진로로… 제어·SW 분야 꿈 키워
"제발 사출만 잘 되고, 살아만 있어라 하고 기도했습니다."
7일 낮 12시 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굉음과 함께 하늘로 솟구치자 정범준(23)·김현민(22)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의 시선도 누리호를 따라 움직였다.
누리호에 실린 큐브위성 'GBSAT(Geomagnetic-field Bound Solar Activity Tracker·지비셋)'은 두 학생을 비롯한 경기북과학고 동문 7명이 5년 동안 직접 만든 위성이다. 누리호 첫 발사를 친구들과 지켜보며 시작한 작은 도전이 5년 만에 실제 우주까지 닿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 학생과 김 학생은 발사 성공의 기쁨보다 자신들이 만든 위성이 무사한지를 먼저 걱정했다.
김 학생은 "발사할 때는 '제발 사출만 잘 되고 살아만 있어라' 하고 기도했다"고 했다. 정 학생 역시 "올라가는 모습을 직접 봤는데 정신이 없었다"며 "사출될 때 위성이 제대로 나올지를 가장 많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살아 있다" 우주서 날아온 첫 신호
기다리던 소식은 인터뷰 도중 날아왔다. 지상에서 GBSAT이 주기적으로 보내는 '비콘(Beacon)' 신호가 잡힌 것이다.
"지금 비콘 신호를 방금 받았어요! 위성이 살아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두 학생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김 학생은 "비콘에는 위성의 상태 정보가 담겨 있는데, 현재까지는 에러 없이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누리호 5차 발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누리호는 주탑재 위성인 초소형 군집위성 2~6호 5기를 목표 궤도에 투입했고, GBSAT을 포함한 큐브위성 9기도 우주로 사출됐다.
하지만 누리호의 발사 성공이 곧 GBSAT의 임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다.
우선 지상국에서 GBSAT에 명령을 보내고 위성이 이를 정상적으로 수신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후 위성 내부의 각종 서브시스템을 하나씩 작동시켜 이상 여부를 점검한 뒤 본격적인 관측 임무에 들어간다. 비콘 신호를 통해서는 각 부품의 온도와 배터리 잔량 등 위성의 기본적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지상국과 GBSAT이 통신할 수 있는 기회는 하루 두 차례 정도다. 학생들은 앞으로 한 달 넘게 교신을 이어가며 위성의 상태를 살피고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GBSAT의 최종 목표는 고도 약 570㎞의 지구 저궤도에서 지구 자기장을 따라 들어오는 50메가전자볼트(MeV) 이상의 고에너지 양성자를 관측하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상공에서 양성자가 얼마나 유입되는지를 측정해 일종의 '양성자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학생은 "양성자는 태양에서 날아와 지구 자기장을 따라 들어오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양성자가 들어오는지를 측정하면 태양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확인할 수 있다"며 "시간에 따라 양성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지도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측은 우주 환경이 전자기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고에너지 양성자가 전자기기에 충돌하면 메모리 내부의 정보가 뒤바뀌는 등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학생은 "양성자가 메모리 같은 전자기기에 영향을 주면 0과 1이 뒤바뀌는 현상이 일어나 기계에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며 "양성자량을 파악하면 이에 어느 정도 대비해야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친구 7명의 5년 도전
GBSAT의 또 다른 의미는 전문 연구기관이나 기업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위성이 실제 우주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경기북과학고 동문인 양준영(한국항공대), 이상훈·정범준·김현민(DGIST), 이제민(KAIST), 방우찬(서울대), 이태균(GIST) 학생은 대학 진학 후 학교가 흩어진 뒤에도 팀을 유지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한 큐브위성 경연대회를 계기로 윤효상 KAIST 교수의 지도를 받아 위성 개발에 뛰어들었다.
김 학생은 "큐브위성 경연대회 자체가 학생들이 직접 위성을 만들어보면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교육 목적의 대회"라며 "우리가 만든 위성이 실제로 동작한다는 것은 이런 교육 활동이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5년간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오랜 우정과 수평적인 팀 문화였다. 각자의 진로가 달라 학부 연구와 창업 등 다른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위성 개발만큼은 놓지 않았다.
정 학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어서 워낙 결속이 잘돼 있었다"며 "누군가 의견을 내면 다 같이 토론하는 수평적인 조직이었다. 각자 꿈은 달랐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도 프로젝트를 계속 병행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위성 개발 경험은 두 학생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함께 공부하는 김 학생은 GBSAT의 소프트웨어 분야에 주로 참여했다. 그는 "위성을 제작하면서 소프트웨어 부분에 많이 관여했다. 앞으로 하드웨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분야로 진로를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정 학생은 위성을 설계하며 최적화 분야에 관심을 키웠다. 구조·열 해석을 통해 설계의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고, 현재는 위성 제어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2021년 누리호 첫 발사를 지켜보던 고교 동창들이 "우리도 위성을 만들어보자"며 시작했던 도전. 그때의 자신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정 학생은 짧게 답했다.
"5년 뒤에 너희가 만든 게 위로 올라가."
그러나 GBSAT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콘으로 생존은 확인했지만 지상국의 명령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관측 임무까지 완수해야 한다.
우주를 돌고 있을 GBSAT에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정 학생은 웃으며 말했다.
"대전에서 말 걸면, 한 번만이라도 말 좀 들어달라고 하고 싶어요."
김 학생도 바람을 보탰다.
"다음 교신 때 저희가 보내는 명령에 따라서 임무를 잘 수행해줬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