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예외적으로 빈번히 만나는 해가 됐다. 이미 5월과 9월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트럼프-시진핑 간 공식 양자 정상회담이 열렸고 다가오는 11월, 12월 다자적 국제회의에서 두 정상이 또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세계 패권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는 두 나라가 한 해 동안 네번씩이나 만난다니 외교 사상 신기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과 9월의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의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았을 때 미국과 중국 사이에 진짜 존경과 우정이 존재하며 두 나라 사이에 진정한 평화가 도래했다고 믿을 만큼 휘황찬란한 모습을 연출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지극한 환대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미국의 비평가들은 왜 공산주의 독재자에게 붉은 융단을 깔아주며 환대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겉모습만 보기에 지난 9월 하순의 미중 정상회담은 세계에 평화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고 시진핑 주석은 극진한 환영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겉 모습과 본질은 언제라도 다르다. 외교관들은 거짓말에 능통하며 외교는 그 같은 거짓을 마치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500년 전 영국의 유명한 외교관이었던 헨리 와튼 경은 "대사(大使)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라고 외국에 파견된 정직한 사람들" 이라는 기막힌 정의를 내린 바 있었다. 오늘날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과거 대사가 하던 일을 대통령, 주석 등이 직접 행하고 있다.
대부분 평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9월 하순의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을 진정 융숭하게 대접했던 것처럼 보도하고 분석하지만, 실상을 다시 상세하게 분석해 본다면 트럼프는 9월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을 모욕하고 멸시했다고 평하는게 오히려 더욱 타당하게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은 겉으로는 화려한 외교무대를 펼쳐는 듯 했지만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미중관계의 불편한 본질들이 노골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표현됐다.
우선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현안 문제들을 돌파하는데 아무런 결정적 기여를 하지 못했으며 두 나라 사이에 이루어진 몇 가지 약속들도 대개는 기왕에 양국간 이루어 졌던 약속들의 재탕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교묘하게 그러나 누가 보아도 분명하게 시진핑을 능멸했다. 회담이 끝난 후 열린 만찬장에서부터 트럼프는 시진핑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주려고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논의해서 만들었다는 조각품은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 독수리상이었다. 흰머리 독수리는 '자유를 향해 비상(飛上)하는 미국의 정신'이라고 해석되는 미국의 국조(國鳥)다. 시진핑은 이 선물을 어디에 가져다 놓아야 할까?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흥을 돋구기 위해 동원된 미국 해병대 군악대는 시진핑에게 더욱 기막힌 노래와 음악을 부르고 연주했다. 대만의 대중가요, 프랑스 혁명을 묘사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내일이면(One Day More)'라는 혁명의 노래,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중가요로 '옛날이 좋았다'라고 해석되기도 하는 노래가 그것이다.
김정은을 초대해 놓고 대한민국의 유행가를 불러준 꼴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노래는 중공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대가 매일 부르던 반항의 노래로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금지곡으로 지정한 바 있었다. 백악관 만찬에서 불려진 중국 가요는 후진타오, 원자바오 시대를 그리워하는 노래들로 중국의 반 시진핑 세력이 좋아하는 노래다.
마지막 날 트럼프는 시진핑을 국립 문서보관소로 초청, 미국의 보물들인 독립선언서 원본, 헌법 원본 등을 보여 주었다. 독립선언서의 내용은 첫째, 모든 국민은 평등하며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 둘째, 정부는 이 같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다. 셋째 국민은 이 같은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 정권을 축출할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시진핑이 트럼프가 이 문서들을 자신에게 보여 준 의도가 무엇인지를 잘 알 것이다. 시진핑은 피곤을 핑계로 겨우 10분 정도 머물다 국립문서보관소를 떠났다.
미국은 정상회담 직후, 대만에 대한 F-16 V, 전투기 제공, 일본기지에 공격용 미사일 공식 배치, 지구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 등 중국을 분노케 하는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춘근(국제정치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