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100주년] 김혜정 한국독서학회장 "언어의 정치화, 소통 아닌 배제의 도구 될 수도"

입력 2026-10-08 14:32:07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과거 정치용어와 달리 특정 진영 전유물로
"단순 언어유희 아닌 사회적 기능 살펴야"
"공인의 말 한마디 파급력 커… 신중해야"
"한글 창제의 애민정신 되새길 때"

6일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국어교육과 김혜정 교수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6일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국어교육과 김혜정 교수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언어는 본래 서로 소통하기 위한 도구인데, 이제는 상대방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수단으로까지 변하고 있습니다."

김혜정 한국독서학회장(경북대 국어교육과 교수)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언어의 정치화' 현상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도 '철새', '낙하산', '문고리 권력' 등 정치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은 존재했다. 다만 이들 표현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정치권을 비판하거나 특정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됐다.

반면 최근에는 특정 단어가 한쪽 진영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종의 '표지'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어느 정치 집단이든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특정 단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정치적 정체성을 판단하기도 한다"며 "기존 언어를 진영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을 넘어 아예 새로운 단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단순한 신조어나 언어유희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법이나 언어 규범에 어긋났는지를 따지기보다 해당 표현이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유희는 재미있게 사용되다가 점차 사라지기도 하지만,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단순히 규범에서 어긋났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언어가 상대방을 갈라치거나 배제하는 기능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SNS를 중심으로 한 정치 소통 방식이 '언어의 정치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평범한 표현보다 생소하고 자극적인 표현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쉽다. 특정 표현이 온라인에서 밈처럼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재생산되면서 특정 진영을 상징하는 언어로 빠르게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SNS는 언어의 정치화와 진영화 현상을 가속화한다"며 "짧고 자극성이 강한 정보를 선호하다 보니 평범한 단어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특정 표현이 반복적으로 확산되면서 '같은 팀이면 이런 단어를 써야 한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인 등 공인의 언어 사용에는 더욱 큰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누가 사용하고 어떤 공론장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언어가 가진 힘은 달라진다"며 "정치인이나 공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특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를 사용해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과 같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담긴 애민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가장 큰 동기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읽고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애민정신이었다고 본다"며 "한글 창제가 상징하는 것은 결국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