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총 경계·지뢰 도발, 군 수뇌부의 대북 환상이 초래했다

입력 2026-10-0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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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육군 제1군단에서 '빈총 경계'가 드러난 데 이어 육군 2·3·5군단, 22사단 GP, 해안과 한강 하구(河口)를 경계하는 해병대 2사단 등 동부·서부 전선을 가리지 않고 전방 부대 전반에서 삽탄하지 않고 경계 근무를 서 온 사실이 국방부 감사 결과 추가로 드러났다.

전방 부대의 '빈총 경계'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2023년 12월 이후 시작됐다. 그러는 동안 북한은 2024년부터 군사분계선(MDL)을 수시로 침범하며 지뢰를 매설(埋設)했고, 지난달에는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우리 군 장교가 발목을 잃는 등 3명이 크게 다쳤다. 상황이 이럼에도 북한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한국의 자작극"이라 비난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도발로 우리를 압박(壓迫)했다. 문재인·이재명 정부가 "싸우지 않는 평화" 운운하며 북한을 옹호(擁護)하고 군 수뇌부도 정권 입맛대로 북한 눈치보기식 대응을 하다 보니 우리 군 기강은 해이해지고, 북한은 우리를 깔보는 것이다.

우리 군의 미온적 대응은 문재인 정부의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기인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조성하겠다며 남북 각각 1㎞ 이내에 위치한 GP(감시초소) 11개 철수, 군사분계선(MDL) 일대 육상·해상·공중에 완충지대(緩衝地帶) 설정으로 적대 행위 및 군사훈련 금지, 비행금지 등에 합의했다. 이는 우수한 정찰 자산(항공·위성)을 가진 우리 군의 대북 감시 능력을 약화시킨 반면 정찰 자산이 부족한 북한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접경지역 훈련 제한으로 한미 연합 대비태세가 약화됐지만 북한은 창린도 해안포 사격(2019년), 전방 GP 총격(2020년), 무인기 침범(2022년) 등 합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했다. 결국 우리 정부가 2023년 11월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제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하자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破棄)했다. 이후에도 오물 풍선 살포, GPS 교란 등 북한의 도발이 계속됐고 우리 정부는 2024년 6월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세계 5위 군사 강국"임을 강조한다.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은 "내일 전시작전권을 회수해도 스스로 지키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군사력이 세계 5위면 뭐 하나. 전방 부대는 '빈총 경계'를 서고, 북한군이 지뢰로 우리 군인의 발목을 잘라도 대북 방송이나 대북 확성기 재개 등 북한에 타격(打擊)을 주는 실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대통령은 북한군 '도발'을 '불의의 사고'라 부르고 있다. 누구나 남북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를 바란다. 그러나 북한 정권에 대한 환상만으로 그 소망을 달성할 수 없다. 상호 비례 원칙에 의거(依據)해 단호하게 대응해야만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