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연금 MTS 전면 개편…증권가 '투자 플랫폼' 경쟁 가속

입력 2026-10-06 11: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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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자산 통합 조회·투자·관리 모두 가능한 '연금 홈' 신설
개인 직접 운용 확대에 "업계 1위 목표"…연금 경쟁력 강화
증권사 MTS 기능 확장…'거래창구'서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

최종진 한국투자증권 연금혁신본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연금 MTS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최종진 한국투자증권 연금혁신본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연금 MTS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연금자산을 조회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실제 투자와 관리까지 할 수 있는 연금 플랫폼으로 개편했다. 급성장하는 연금시장을 겨냥해 고객의 자산 현황을 진단하고 투자·리밸런싱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한 것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인공지능(AI)·배당·연금 등으로 MTS의 기능을 확장하며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에 한국투자증권도 합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연금 MTS 서비스와 연금 플랫폼 전략' 설명회를 열고 연금 MTS 개편 내용과 향후 플랫폼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흩어져 있던 연금 관련 정보와 계좌를 한곳에 모아 고객이 자신의 연금자산을 직접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연금 상품이나 계좌별로 자산을 확인해야 했다면, 새 MTS에서는 '연금 홈'을 별도 영역으로 구성해 제도·상품·투자·세금 관련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나의 총 연금 자산'에서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보유한 여러 연금 계좌와 상품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별로 자산 규모와 수익률,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해당 상품의 매수·매도 화면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줄였다. 계좌별 화면에서는 올해 입금액과 추가 납입 가능 금액,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비율 등 계좌 관리에 필요한 정보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이 연금 MTS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연금시장과 개인의 직접 운용 확대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 원, 개인연금은 198조 원으로 전체 연금시장 규모가 약 700조 원까지 확대됐다. 이 가운데 DC와 IRP, 개인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에 달한다.

실제 고객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으로 유입된 퇴직연금 실물 이전 규모는 제도 시행 이후 2조 원을 넘어섰으며, IRP 계좌 수도 56만7000개를 넘어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연금사업을 확대하고 업계 1위까지 도약한다는 목표다. 현재 증권업계 연금사업 규모는 3위 수준이다. 김도형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전무)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연금 사업에서 반드시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그룹장은 "연금의 운용 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라며 "단순히 상품을 가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산 배분을 위한 투자로 변화했다"라고 설명했다. 개인이 직접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연금 역시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닌 체계적인 자산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여러 연금자산을 한 화면에서 통합해 보여주는 점을 주요 차별점으로 꼽았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제도 별로 화면을 구분하지 않고 DC와 연금저축 등을 포함한 고객의 전체 연금자산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한 자산에서 한 번에 내 연금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핵심 차별성"이라고 짚었다.

고객의 계좌 상태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다르게 보여주는 개인화 기능도 적용했다. 추가 납입이 가능한 고객에게는 추가 입금 가능 금액을, 연금 수령이 가능한 고객에게는 수령 신청과 관련된 정보를 보여주는 식이다. 특히 계좌별로 고객이 당장 해야 할 일을 안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입금이 필요한 계좌에는 추가 납입을 안내하고, 위험자산을 확인해야 하거나 예금 만기가 다가온 경우에도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알려주고 고객이 실제로 이를 수행하면서 한 단계씩 나아가 내가 이렇게 자산관리를 할 수 있겠다는 인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그것이 타사와의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금 MTS를 단순한 자산 조회 서비스에서 실제 투자와 관리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황윤희 디지털연금부 팀장은 이날 "연금 서비스가 무엇을 볼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고객이 자신의 연금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투자와 관리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모델 포트폴리오 투자 기능을 추가하고 AI를 활용한 연금 분석 기능도 확대할 예정이다. 고객의 보유 상품을 분석하고 다른 연금 고객과 비교할 수 있는 기능 등을 통해 연금 운용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은퇴 이후 연금을 어떻게 인출할지에 대한 맞춤형 설계 등 관리 영역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모델 포트폴리오는 외부 자문사에 의존하기보다 한국투자증권의 자체 역량을 활용해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최종진 연금혁신본부장은 "한국투자증권 자체 리서치 역량과 상품 역량, 연금이 가지고 있는 자산 배분 역량이 결합돼 고객에게 포트폴리오로 제시되는 엔진과 시스템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금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뿐 아니라 기존 영업망과 PB 역량도 함께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가지고 있는 법인 역량과 PB들의 역량을 연금에 전력을 다해 쏟아붓기 시작했다"라며 "MTS는 디지털 PB의 개념으로 고객과 만나는 접근 채널로 활용하고, 영업점과 디지털 역량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최근 증권사들은 MTS를 단순 주식 거래 창구에서 벗어나도록 잇따라 개편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MTS '영웅문S#'에 대화형 AI 검색을 도입했고, 미래에셋증권은 M-STOCK을 'MAPS'로 개편해 통합 투자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메리츠증권도 신규 플랫폼 'MOUM'에 주식 매매와 투자정보, AI 서비스를 결합하는 등 MTS의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특정 자산관리 영역을 겨냥한 MTS 개편도 이어지고 있다. KB증권은 M-able의 'My연금'을 개편해 연금자산 조회와 운용 진단, 투자 기능을 한 화면에서 연결했고 연금 투자자들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연금라운지'도 선보였다.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배당 정보와 예상 배당금, 세금 등을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MTS의 배당 서비스를 강화했다.

증권사들이 MTS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은 주식 주문과 차트 등 전통적인 거래 기능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I·연금·배당 등 고객의 투자 목적에 맞는 서비스를 MTS에 결합해 고객의 자산을 장기간 자사 플랫폼 안에 머물게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금시장의 경우 고객이 장기간 자산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고객자산 확보 경쟁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MTS 경쟁도 단순히 얼마나 편리하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느냐를 넘어 투자정보 탐색부터 자산 진단, 상품 선택, 운용, 은퇴 이후 인출까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