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탓이라며 감쌀 게 아니다. 다들 성인이다. 말과 행동이 주는 무게감을 알 만한 나이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기에 더 그렇다. 한데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나선 일부 선수들 얘기다.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논란이 거세다. 덩달아 체육인 병역 특례 제도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 한국은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내보냈다. 선수 면면은 괜찮았다. 유럽 프로축구 무대에서 뛰는 선수를 여럿 불렀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도 3장 모두 썼다. 그럼에도 참사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컸다. 앞선 평가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탓. 사령탑 이민성 감독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안도했다.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1대 0으로 꺾고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기쁨과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선수들의 언행이 문제. 취재진 앞에서 "메달, 우승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았다.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는 말을 뱉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역모(예비군 표지를 단 전투모)' 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시끄러워졌다. 가뜩이나 프로 선수의 병역 특례를 두고 비판이 나오던 터. 앞서 대회 5연패 위업을 세운 야구대표팀이 불씨를 키웠다. 한 수 아래로 보이던 일본, 대만을 상대로 고전했다. 그럼에도 "과정은 필요 없이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논란을 자초했다. 여기다 축구대표팀이 기름을 부어버렸다.
예술·체육 분야 병역 특례 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특기자가 현역 복무 대신 예술·체육 분야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보충역 제도다. 체육 분야에선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성적이면 혜택을 받는다. 운동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으로 군 복무를 대신한다. 사실상 면제에 가깝다.
이런 혜택을 주는 나라는 소수다. 우리처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딸 경우 병역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나라는 대만과 이란 정도. 이스라엘, 튀르키예, 핀란드 등은 메달을 따도 병역을 면제해주지 않는다. 입영 시기를 늦춰주거나 군인 신분으로 경기에 뛸 수 있게 한다.
운동선수에게 병역 혜택이 절실할 수 있다. 특히 선수 생명이 짧은 프로 스포츠에선 더 그렇다. 제도에 따라 혜택을 받는 게 잘못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대회 금메달과 그에 따른 병역 혜택을 대하는 태도.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만 여기면 태극마크, 금메달의 무게도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마냥 박수를 보내기도 어렵다.
병역 특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도 도입 후 흘러온 시간만큼 시대가 많이 변했다. 전면 폐지부터 특례 대상과 혜택 등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할 만한 말이다. 해야 할 시기도 됐다. 다만 그런 논의를 촉발시킨 게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이란 점은 씁쓸하다. 다른 선수들의 피땀까지 폄하될 판이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얼굴.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언행은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후배들과 사뭇 달랐다. 그는 "금메달은 제가 걸고 있지만 국민의 것이라 생각한다. 후배들도 만족하지 말고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가 여전히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인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