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뢰탐지 시스템 65억 투입하고도 군 도입 실적 '0'

입력 2026-10-05 19: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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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NIPA, 2021~2023년 65억5500만원 투입…성능평가서 오경보·실시간 탐지 모두 낮은 점수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접경 지역에서 북한 군인들이 전술 도로 건설을 위한 발파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접경 지역에서 북한 군인들이 전술 도로 건설을 위한 발파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65억5500만원을 들여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지뢰탐지 시스템이 군에 단 한 건도 도입되지 못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AI 융합 지뢰탐지시스템 개발·실증' 사업을 추진했다. 2개 컨소시엄에 각각 약 32억원씩, 총 65억5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사업은 2015년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 이후 지뢰 탐지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면서 2017년 구체화했다. 사업의 핵심은 지표투과레이더(GPR)와 금속탐지기(MD)에서 확보한 신호를 AI로 분석해 지뢰 탐지 성능을 높이고 학습된 AI 모델과 통합 플랫폼을 실제 군 지뢰탐지기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당초 연구개발과 실증을 거쳐 2025년부터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군용 지뢰탐지기와 지뢰제거로봇 등에 해당 AI 기술을 추가 구축한 실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 자체도 실전 투입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2023년 하반기 종합성능평가에서 표준시험장 오경보율 평가는 2개 컨소시엄 모두 3점 만점에 1점에 그쳤다. 현장 금속 지뢰 실시간 탐지 성능 역시 두 컨소시엄 모두 5점 만점에 2점에 그쳤고, 한 업체는 비금속 지뢰 실시간 탐지에서도 5점 만점에 2점을 기록했다.

한 컨소시엄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표준환경에서의 탐지율은 금속 지뢰 68%, 비금속 지뢰 75%였지만 자연환경에서는 각각 71%, 41%로 떨어졌다. 스스로 '실시간 탐지 성능이 부족하다'는 결론도 밝혔다.

이번 문제 제기는 최근 DMZ 지뢰 폭발 사고와 맞물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다 큰 폭발이 나면서 간부 3명이 다쳤다. 미확인 지대에서 수풀을 제거하고 위험물을 확인하며 통로를 확보하는 작전 중 지뢰를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대장은 발목이 절단되는 부상을 당해 응급 헬기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군 당국은 이 사고의 원인을 북한군 소행으로 최종 결론 냈다. 북한이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빌미로 군사분계선 이남에 설치한 수지반보병지뢰로 우리 장병들이 부상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이번 지뢰 폭발의 원인이 되고 유엔사가 정전협정 위반으로 인정한 군사분계선 이남의 북한군 지뢰지대를 5일 낮 12시 51분경 제거했다.

김장겸 의원은 "지뢰탐지 기술은 단순한 연구과제가 아니라 장병들의 생명과 직결된 기술"이라며 "65억원 넘게 투입해 3년 동안 개발과 실증까지 했지만 실제 군용 지뢰탐지기나 지뢰제거로봇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사업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연구실에서 수치만 높이는 것이 R&D의 최종 목적이 될 수는 없다"며 "정부 연구개발이 예산만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성과가 실제 현장의 기술로 이어질 수 있는지 수요기관과의 연계 등 사업 구조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활용하는 기존 지뢰탐지기와 폭발물 탐지·제거로봇은 개발 이후 양산·전력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접목한 신형 시스템만 현장 적용에 실패한 셈이어서, 군 수요기관과의 연계 없이 추진된 R&D 사업 구조에 대한 점검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