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카운트인포 앱으로 은행·증권·상호금융 출금 한 번에 차단 자동이체도 함께 멈춰…사기범 계좌 정지는 112에 따로 요청해야
새벽, 내가 누르지 않은 출금 알림이 연달아 뜬다. 한 은행 앱을 잠그는 사이 다른 은행, 증권사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이럴 때 금융사마다 전화를 돌릴 틈은 없다. 금융결제원 어카운트인포의 '본인계좌 일괄지급정지'는 내 이름으로 된 모든 계좌의 출금을 한 번에 막는 비상 스위치다. 취재 결과 이 서비스는 하루 23시간 열려 있고, 야간과 주말에도 즉시 작동한다.
◆ 피해액 1조원 넘긴 보이스피싱
손명수 의원실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 2578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늘었다.
한 사람당 피해액은 5384만원이다. 10년 전과 견주면 여섯 배가 넘는다. 검찰·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이 전체 피해의 열에 여덟을 차지했고, 첫 접근은 거의 전부 전화와 문자로 시작됐다.
금융위원회는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에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해킹과 피싱이 한 묶음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 어카운트인포 한 번에 전 금융권
경찰청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악성 앱이 깔린 직후 오픈뱅킹으로 여러 금융사 계좌에서 수천만 원이 연쇄 출금된 일이 있었다. 반대로 금융결제원이 확인한 사례에서는 피해자가 어카운트인포 앱으로 전 계좌를 30초 안에 동결해 추가 인출을 막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카운트인포 홈페이지나 앱에 들어가 본인 인증을 하고 '일괄지급정지'를 누르면 된다. 전 은행과 증권사, 농·수·산림조합과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우체국 계좌까지 한꺼번에 정지된다. 만 19세 이상 내국인의 본인 명의 수시입출금 계좌와 증권 계좌가 대상이다.
스마트폰 제어권을 이미 빼앗겼다면 어떻게 하나. 경찰청 사례에서 피해자는 다른 사람 전화와 어카운트인포로 전 계좌를 잠갔다. 영업점과 고객센터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2023년 하반기 금융위원회 집계를 보면 신청의 열에 아홉 이상이 창구와 고객센터에서 이뤄졌다.
◆ 출금은 막히고 입금은 된다
지급정지가 걸리면 창구 출금, 인터넷뱅킹, 오픈뱅킹 이체가 모두 멈춘다. 대신 급여나 거래 대금이 들어오는 입금은 그대로 허용된다. 증권 계좌는 출금과 출고만 막히고 매매 자체는 계속할 수 있다.
이용은 빠르게 늘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49만 건이 신청됐다. 오프라인 채널을 연 하반기에는 월평균 신청이 상반기의 열다섯 배로 뛰었다. 금융결제원 집계로는 2024년 11월까지 148만 개 계좌가 이 서비스로 정지됐다.
한 시중은행 금융소비자보호 담당 임원은 "피해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계좌 지급정지"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피해금 환급률이 셋 중 하나꼴로 전년보다 올랐다고 분석하며, 이 같은 선제 대응을 배경으로 꼽았다.
◆ 풀려면 신분증 들고 창구로
이 스위치는 켜기는 쉽고 끄기는 어렵다. 해제는 계좌가 있는 금융사 영업점을 본인이 직접 찾아가야만 된다. 전화도, 온라인도 안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명의를 훔친 범인이 마음대로 풀지 못하게 하려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일상이다. 카드 대금, 대출 이자, 공과금 자동이체까지 함께 멈춘다. 연체료가 붙거나 신용평가에 흠이 날 수 있다. 저축은행 안내문에서도 이런 불이익을 당국이 면책해 주는 규정은 없다고 알린다. 거래 금융사가 여럿이면 창구도 그만큼 돌아야 한다.
빈틈도 있다. 온라인 신청은 매일 밤 11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전산 점검으로 멈춘다. 이 시간대에 사고가 나면 고객센터로 가야 한다.
◆ 내 계좌만 잠근다, 범인 계좌는 따로
일괄지급정지는 내 돈이 더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뿐이다. 이미 넘어간 돈이 들어 있는 사기범 계좌는 정지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112나 송금한 은행 콜센터에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를 따로 요청하라고 안내한다.
금융사기 사건을 주로 다뤄 온 이 관계자는 "신고했다고 해서 경찰이 자동으로 피해금을 찾아주진 않는다"며 "계좌 지급정지, 채권압류, 민사소송 등은 피해자 스스로 하거나 변호인을 통해 별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분의 1 넘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래도 새벽에 울리는 알림을 대신 꺼 줄 사람은 없다. 어카운트인포 앱을 미리 깔아 두고 비상 스위치 위치를 익혀 두는 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싼 보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