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짧아지면 휴지기 모낭 10%→20~30%, 2~3개월 뒤 집중 탈락 건보 적용은 원형탈모뿐…7월 토론회 취소 뒤 11월 공론화 예정
머리를 감고 나면 배수구에 모발이 뭉쳐 있다. 베개와 세면대에도 평소보다 눈에 띄게 많다. 해마다 10월이면 되풀이되는 장면인데, 올해는 유독 심한 것 같아 불안하다. 이 불안은 절반만 맞다. 가을철 머리카락이 급증하는 환절기 탈모 자체는 생리 현상이지만, 그 뒤에 다른 병적 탈모가 숨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낮이 짧아지면 머리카락이 '쉰다'
사람 두피에는 모낭이 평균 10만 개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2021년 소개한 설명에 따르면 이 가운데 10%가량은 자라기를 멈춘 '휴지기' 상태다. 휴지기가 약 3개월 이어진다고 보면 하루에 빠질 수 있는 모발은 100개 안팎이고, 이 정도는 정상 범주다.
가을이 문제가 되는 건 이 비율이 흔들려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늦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 모발 주기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휴지기 모낭 비율이 일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휴지기 탈모는 이 비율이 20~30%까지 오르며 생기고, 환자들은 평소보다 2~3배 많이 빠진다고 호소한다.
계절성은 자료로도 확인된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이 2009년 여성 823명의 모발을 추적했더니 휴지기 비율은 1월 8%에서 9월 12%로 올랐다. 대한모발학회 참조지침(2024년)은 자극이 생긴 뒤 약 2~3개월 후 집중 탈락이 나타난다고 본다. 여름의 자극이 가을에 배수구로 쏟아지는 셈이다.
◆ 하루 100가닥, 샴푸 한 번에 40가닥
첫 번째 기준선은 개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성인의 하루 자연 탈락량을 50~100가닥으로 제시한다. 서울성모병원도 하루 100가닥 이상이 지속되면 병적 탈모로 본다고 안내했다.
세는 법도 있다. 한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2020년 인터뷰에서 빠지는 머리카락을 3일 연속 모아 하루 평균 100개가 넘으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 피부과 학술지에 실린 세발 검사 연구(2026년)는 한 번 감을 때 평균 20~40가닥이 정상이며, 60가닥 이상이 이어지면 주의하라고 했다.
손으로 하는 검사도 있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의 모발 견인 검사는 모발 50가닥을 가볍게 당겨 10%인 4가닥 이상 빠지면 질환을 의심한다. 다만 서울아산병원은 가을 대량 탈모가 건조한 날씨 탓에 모발이 중간에 부러지는 '절단'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모근이 붙어 있는지 먼저 봐야 한다는 뜻이다.
◆ 3cm 솜털이 10% 넘으면 '털갈이'가 아니다
진짜 감별 기준은 개수가 아니라 굵기와 길이다. 대한모발학회 참조지침(2023년)은 빠진 모발 가운데 길이 3cm 이하의 가는 연모가 10% 이상이면 안드로겐성 탈모로 진단한다. 굵고 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과, 가늘고 짧은 솜털이 섞여 빠지는 것은 전혀 다른 신호라는 얘기다.
앞서 인용한 피부과 교수도 이마나 정수리 모발과 후두부 모발을 동시에 만져 보라고 권했다. 평생 거의 변하지 않는 후두부에 비해 앞머리가 가늘어졌다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샴푸 때 100가닥 넘게 빠져 내원했지만 모발 굵기가 일정하고 모근이 살아 있어 정상 계절성 탈모로 판정된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스위스 취리히의 탈모 전문 클리닉이 2026년 발표한 10년 진료 기록 분석을 보면, 환자 1만5000명 가운데 안드로겐성 탈모가 67%였고 휴지기 탈모는 7%에 그쳤다. 가을이라 빠진 줄 알고 찾아왔다가 유전성 탈모로 판정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의미다. 대한모발학회가 소개한 사례 중에는 거름망 모발이 2배로 늘었는데 환절기 건조증으로 넘기다 M자 헤어라인의 연모화가 진행된 경우도 있다.
◆ 2~3개월 기다릴지, 지금 병원 갈지
대한피부과학회는 가을 탈모가 포유류 털갈이와 비슷한 일시 현상이어서 2~3개월 뒤 자연 회복되는 만큼 무분별한 조기 약물 복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아산병원도 2023년 자료에서 자연 회복에 6~12개월이 걸린다고 안내했다. 굵은 모발이 빠지고 솜털이 섞여 있지 않다면, 기다리는 것도 선택지다.
반대로 두피가 훤히 비칠 때는 이미 늦은 편이다. 대한탈모치료학회 임상 지침(2026년)에 따르면 육안으로 두피가 보이는 단계는 모발 밀도가 30% 이상 줄어든 상태다. 샴푸나 건강식품으로 버틸 일도 아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발모 효과가 입증된 세정용 샴푸도, 탈모를 치료하는 기능성 식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치료 성적은 분명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장기 임상 데이터에서 피나스테리드를 장기 복용한 안드로겐성 탈모 환자의 약 90%에서 진행이 멈췄고, 65~70%에서는 발모 개선이 관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 서한에 따르면 성기능 관련 부작용은 1~2% 내외이며 투약을 중단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배수구의 머리카락을 세는 일보다 먼저 할 일은, 그 머리카락이 굵은지 가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