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배관 공기 빼고 온도 1도 낮추면 월 3만6천원 절감 국비 90억 전액 삭감…지자체 잔여 예산·에너지재단 창구 점검
아침저녁 찬바람이 불면서 보일러 손이 가는 계절이 돌아왔다. 그런데 올겨울 가스요금 고지서는 지난해보다 무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지난 8월 확정한 2026년 도시가스 소매공급비용은 메가줄(MJ)당 1.8121원으로 9.5% 올랐다. 경기도는 3.4%, 인천시는 4.2% 인상됐다.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도매요금은 7월 기준 MJ당 20.8495원으로 유지됐지만, 집 앞까지 오는 비용이 오른 셈이다. 그래서 더 중요해진 것이 보일러를 켜기 전 '공기 빼기'와 '온도 설정'이다.
◆ 개별난방 10집 중 8집, 겨울 전 '공기'부터 빼라
통계청의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81.8%가 개별난방을 쓴다. 지역난방은 15.2%에 그친다. 대다수 가정이 자기 집 보일러와 배관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름 내내 쉬던 배관에는 공기가 찬다. 한 보일러 제조사의 기술 관계자는 "가정용 보일러는 자연 증발 등으로 배관 내 공기가 차 열효율이 떨어진다"며 "사용 전 분배기별로 밸브를 열어 공기와 물을 충분히 빼내야 난방효율이 극대화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방바닥 한쪽만 차가운 '편난방'이 생긴 가구가 분배기 에어밸브로 보일러 에어빼기를 해 순환 장애를 해결한 사례도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소개돼 있다.
효과는 숫자로 나온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2월 내놓은 겨울철 난방비 절약 행동요령을 보면 노후 배관의 공기와 이물질을 빼내는 보일러 에어빼기만으로 도시가스 사용량이 5%, 월 4천760원가량 줄어든다.
다만 손맛만 믿고 덤비면 탈이 난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에어빼기 과정에서 난방수를 과도하게 빼면 보일러 물보충 에러나 열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설비업계 전문가들도 노후 주택의 분배기 밸브를 억지로 돌리면 파손과 누수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멈추고, 뻑뻑한 밸브는 전문가를 부르는 게 낫다.
◆ 외출모드, 끄는 것보다 낫지만 '만능'은 아니다
잠깐 나가면서 보일러를 아예 꺼 버리는 집이 많다. 한국에너지공단은 2024년 12월 펴낸 가이드에서 외출할 때 보일러를 끄지 말고 외출모드로 두거나 평소보다 2~3도 낮게 설정하라고 권했다. 완전히 껐다가 다시 켜면 연료 소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외출모드가 항상 정답인 것도 아니다. 서울의 한 난방 시공업체 대표는 2023년 "온도가 크게 떨어졌다가 올라가려면 보일러가 더 자주 작동해야 한다"며 "외출모드는 적어도 이틀 이상 집을 비울 때 쓰는 것이 유용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나절 외출이라면 외출모드보다 설정온도를 2~3도 낮추는 쪽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 1도 낮추고, 안 쓰는 방 잠그고…6대 요령 모두 지키면 38%
에너지공단의 같은 행동요령에는 에어빼기 외에도 바로 쓸 수 있는 수칙이 더 있다. 난방 설정온도를 1도만 낮춰도 난방 에너지 소비량이 7% 줄고, 실내 적정온도 20도를 유지하면 한 달 도시가스 사용량의 5.5%를 아낀다. 쓰지 않는 방의 분배기 밸브를 잠그면 4.4%가 줄어든다. 이때 메인 차단밸브 조절을 함께 해야 효과가 난다.
온수도 절약 포인트다. 에너지공단은 이달 1일 자료에서 온수 온도를 55도에서 40도로 낮추면 월 가스 소비가 9.4N㎥ 절감된다고 밝혔다. 이런 6가지 요령을 모두 실천하면 가구당 한 달 가스 사용량을 최대 38%, 월 3만6천101원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공단의 계산이다.
보일러 자체를 바꿔도 절감 폭이 크다. 고효율 인증 보일러로 교체하면 가스 사용량이 10.4% 줄어든다. 환경부는 2024년 안내에서 노후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으로 바꾸면 연간 난방비를 최대 44만원 아낄 수 있다고 안내한 바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해 1월 콘덴싱 보일러가 배기가스 잠열을 회수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28.4% 줄인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질소산화물 배출도 87% 저감된다는 것이 환경부 집계다.
◆ 지원금은 어디로 갔나…국비 90억 전액 삭감
문제는 교체를 돕던 정부 지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일반가구에 주던 10만원 보조금은 2024년부터 전액 삭감돼 폐지됐다. 저소득층·취약계층에 대당 60만원을 주는 사업만 남았는데, 이마저 올해부터 국비가 끊겼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는 전국 2만5천대 규모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국비 90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정부는 대신 난방전기화 사업에 144억5천만원을 배정해 공기열 히트펌프 2천571가구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보일러·난방 설비 시공업계는 히트펌프 설치비가 1천400만원에 달해 취약계층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반발한다.
지자체 현장은 혼란스럽다. 인천 미추홀구 등 복수 지자체가 국비 미편성을 이유로 2026년 사업 폐지를 공식 공지했고, 부천시도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인천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국비 비율이 60%이기 때문에 시비와 구비만으로는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매년 꾸준히 수요가 있었는데 올해 단번에 중단됐다"고 말했다.
◆ 그래도 남은 창구…저소득층 60만원, 에너지재단 330만원
모든 문이 닫힌 것은 아니다. 경주시처럼 자체 예산으로 취약계층 100대에 대당 60만원을 계속 지원하는 곳이 있다.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과 다자녀 가구다. 다자녀 기준은 막내가 18세 이하이면서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로, 2025년부터 기존 70%에서 완화됐다.
지자체 보조금은 선착순이고, 통상 12월 둘째 주 전후 예산이 소진되면 마감된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지난해 12월 중순 접수분을 끝으로 사업 종료를 사전 고지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 지자체별 잔여 예산 규모는 공개된 통계가 없다. 해당 가구라면 거주지 구청·군청 환경 부서에 지금 전화로 물량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너지재단의 저소득층 난방효율개선사업도 대안이다. 재단의 2026년 추진계획에 따르면 예산 1천86억원으로 약 3만7천 가구에 가구당 최대 330만원을 무상 지원한다. 보일러 교체뿐 아니라 단열까지 포괄하는 사업이어서 노후 주택 취약계층에겐 더 큰 창구가 될 수 있다. 이 역시 예산 소진 시 연말 접수가 마감된다.
보조금은 줄었지만 배관 속 공기와 온도조절기 숫자 하나는 여전히 내 손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