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농지조사, 농촌 현실과 괴리…농민 10명 중 6명이 고령층

입력 2026-10-05 11:35:08 수정 2026-10-05 11: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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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농가 65세 이상 59.2%…생산연령 인구 9년 새 43% 감소

경북의 한 조사원이 농지조사를 위해 논과 농막을 살피고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의 한 조사원이 농지조사를 위해 논과 농막을 살피고 있다. 윤영민 기자

정부가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앞세워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지만 농민 10명 중 6명이 65세 이상인 경북 농촌에서는 제도와 현실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화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에게 농사를 맡기거나 농지를 놀리는 사례가 늘어난 상황에서 '소유자 직접 경작'이라는 원칙만으로는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경북 농가인구 32만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18만9천명으로 59.2%를 차지했다. 2015년 42.0%였던 고령인구 비율이 9년 만에 17.2%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15~64세 생산연령 농가인구는 같은 기간 21만8천명에서 12만3천명으로 43.4%나 줄었다.

투기와 무관한 고령 농촌에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이가 들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면서 이웃에게 구두로 경작을 맡기거나, 후계농을 찾지 못해 휴경하는 농지가 적지 않아서다. 상속으로 농지를 넘겨받았지만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자녀들이 소유한 농지도 늘고 있다.

고령농의 농지 처분과 노후소득 수요는 농지연금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장식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농지연금 가입 대기는 지난해 말 1턴892건에서 올해 8월 3천688건으로 94.9% 증가했다. 경북은 같은 기간 507건에서 930건으로 늘어 전국에서 대기자가 가장 많았다.

농지연금 신청 자체도 급증했다. 올해 8월까지만 4천988건이 신청된 것으로 집계돼 지난해 한 해 신청한 3천907건에서 이미 1천건 이상 넘어섰다. 농어촌공사는 고금리와 농지가격 상승률 둔화 등에 따른 농지연금 수요 증가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정부도 전수조사가 본격화한 뒤 고령화된 농촌 현실을 반영한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고령·상속 등에 따른 관행적 위반은 정상화·양성화하기로 했다.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령농의 농지는 농지은행이 매입하거나 임대 수탁하고, 농지연금과 농지이양 은퇴직불을 통한 현금화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경작 여건이 좋지 않은 농지가 많은 지방 농촌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농지은행 매입·임대수탁 등의 출구마저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사를 지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임대가 어렵고, 땅값이 낮아 매수자조차 나타나지 않는 농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하만식 해양경찰청장도 상속받은 농지에 조상 묘소가 있어 직접 경작하지 못하면서도 농지은행 임대수탁 등이 여의치 않아 농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농촌에서는 투기 목적의 농지와 고령화·상속 등으로 경작도 처분도 어려워진 농지를 같은 기준으로 조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의 한 농민은 "산골 논밭은 돈을 받지 않고 농사를 지으라고 해도 맡을 사람을 찾기 어려운 곳이 많다"며 "나이가 들어 농사를 못 짓고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는데, 이런 농지까지 투기 목적으로 사둔 땅과 똑같이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