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인력난·원가 경쟁 돌파구는 스마트 조선소"…비용 부담·중국 추격은 변수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세계 수주량의 63%를 장악한 중국에 맞서 공정 전반에 로봇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조선 수주량 5,643만 CGT 가운데 중국이 3,537만 CGT(63%)를 가져갔다. 한국은 같은 기간 수주량이 8% 늘며 점유율을 21%까지 끌어올렸지만, 중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노동력 부족과 늘어나는 수주 대기 명단 속에서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저비용을 앞세운 중국 경쟁사에 대응하려면 스마트 조선소 전환이 필수 과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잠수함, 선박 엔진 분야에서 핵심 기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상선·군함 건조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미국에 한일 조선업체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로 꼽힌다.
HD현대는 최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산하 잉걸스 조선소에서 조선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HD현대삼호에서는 숙련 작업자가 하루 최대 30개의 용접 셀을 처리하는 데 비해 로봇은 최대 50개까지 작업할 수 있다. 로봇 투입 시 용접 처리 능력이 숙련공 대비 67% 높은 셈이다.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의 궁극적 목표는 공정 전체를 완전히 자동화하는 '다크 팩토리' 구축이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AI, 빅데이터,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일부 생산 라인을 완전히 자동화하고 소규모 다크 팩토리를 구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HD현대는 스마트 조선소 최종 단계가 완료되면 생산성을 30% 높이고 선박 건조 기간을 3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D삼호중공업 류상훈 부사장은 "우리의 미래 경쟁력과 장기 생존은 AI와 자동화 기술을 이용해 다기능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파눅의 겐이치로 아베 수석 전무도 "조선업체들은 이제 자동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시험 가동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스마트 조선소 전환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과 달리 조선업은 선박마다 설계와 구조가 달라 공정 자동화가 까다롭다. 비좁고 정형화되지 않은 작업 공간 특성상 숙련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한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한목소리로 스마트 조선소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이다.
비용 부담과 중국의 추격 속도도 변수다. 홍콩이공대 조지 Q. 황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로봇 도입에서 중국보다 약 5년 앞서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도 그 기간 안에는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한 연구원은 "자동화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비용과 이점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반면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조선업체들은 시행착오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조선업체 이마바리 조선의 히가키 유키토 사장은 "투자의 시기와 효과를 판단하기 극히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일 조선업계가 다크 팩토리 실현을 위한 기술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고비용 부담과 중국의 빠른 추격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