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주택난 항의 시위 확산…마드리드 7만 집결, 2천명 노숙 농성

입력 2026-10-04 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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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스페인 전역서 시위, 총파업도 고려
세입자 보호 법안 부결 '불난 데 부채질'
고령 세입자 강제 퇴거로 촉발…주택난 배경

지난 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위대가 주거난 해결을 위한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위대가 주거난 해결을 위한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주택난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세입자 보호를 골자로 한 정부 법령이 의회에서 부결된 것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는 평이 나온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한 50여개 도시에서 주거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마드리드에만 당국 추산 7만명, 주최 측 추산 50만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총파업으로'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워 행진했다.

남동부 발렌시아에서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바르셀로나 집회는 폭우 경보로 5일로 미뤄졌고, 다른 도시의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마드리드 도심 푸에르타델솔 광장에서는 수백명이 일주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70년 넘게 살아온 임대주택에서 강제 퇴거당한 87세의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이 구급차로 이송되기 위해 들것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70년 넘게 살아온 임대주택에서 강제 퇴거당한 87세의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이 구급차로 이송되기 위해 들것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전날 하원의 표결이다. 정부가 낸 긴급 법령 2건에는 ▷2028년 말까지 만료되는 임대차 계약 최대 2년 연장 ▷단기 임대 규제 강화 ▷'투기성' 펀드의 주택 매입 금지 ▷2030년까지 취약계층 세입자 퇴거 유예 등이 담겼다. 하지만 국민당(PP)·복스(Vox)에 이어 카탈루냐 분리독립 정당 준츠(Junts)까지 반대하면서 모두 부결됐다.

스페인 언론들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11월 29일 조기 총선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날 시위 규모를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3일 마드리드에서 70년 넘게 살아온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87)이 경찰에 의해 강제 퇴거되면서 촉발됐다. 2018년 그가 살던 집을 사들인 부동산 투자회사는 월세를 500유로(약 77만원)에서 2천650유로(약 410만원)로 올렸다. 아바스칼은 이후 회사 측과 잠정 합의해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푸르타 델 솔(Puerta del Sol) 광장에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텐트촌이 들어서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푸르타 델 솔(Puerta del Sol) 광장에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텐트촌이 들어서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