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어머니 암살 배후라니…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미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EG 회장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며 영화 속 설정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육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로 암시하는 데 대해 "문세광의 총탄에 어머니가 쓰러지는 모습을 온 국민이 TV 생중계로 지켜봤고, 재일교포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명백히 밝혀진 사건이 왜 지금 의혹의 대상이 되어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어머니 암살의 배후라니,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미운가"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아내의 죽음 앞에서 오열했던 모습도 상세히 전했다.
육 여사가 피격된 1974년 8월 15일 밤을 회고한 박 회장은 "서울대 병원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가 저를 와락 껴안으시더니 '지만아, 니 엄마가 돌아가셨다' 하시며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우셨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가 그렇게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박 회장은 16세였다.
육 여사는 이날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 도중 총격을 받아 머리에 총상을 입었으며, 서울대 부속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숨졌다.
박 회장은 영화에서 제기된 배후 의혹 자체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어머니를 암살하려 했다면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왜 자신이 연설하는 곳에서, 자기도 총탄을 맞을 수 있는 곳에서 목숨을 걸고 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총격 직후 박 전 대통령이 연설을 계속한 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회장은 "그럼 어머니를 따라 병원으로 가셨어야 하나"라며 "내가 아는 아버지는 총알이 날아왔다고 해서 '얼른 도망가자' 했을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화 제작진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좋아했다고 밝힌 박 회장은 "그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만든 분이 서로를 증오하게 만드는 영화를 내놓을 줄 몰랐다"고 했다.
출연 배우 유해진에 대해서도 "좋아했다"면서 "그런 분들이 그렇게 험악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출연 배우들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그는 "배우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우리 영화판이 그렇게 만들었지"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영화 상영 중단이나 손해배상 문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영화가 상영되고 안 되고에 나는 관심이 없다"며 "많은 국민들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아버지 박정희를 제대로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심경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간 답답했던 것이 좀 풀리는 느낌"이라며 "아버지를 둘러싼 온갖 음모론과 거짓말이 이번 일을 통해 어느 정도 밝혀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개봉 이후 사건 배후를 둘러싼 영화의 해석을 놓고 역사 왜곡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격 자작극이나 배후설을 전제로 영화를 제작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