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건정심 보고…다학제 진료·단기병상 등 4대 특화서비스 12월엔 산정특례 7%로…참여 병원·본인부담금은 아직 미정
루게릭병 환자 가족이 월 400만원까지 떠안아 온 간병비를 건강보험이 나눠 지는 루게릭병 요양병원 시범사업이 다음 달 시작된다. 보건복지부가 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중증근육성희귀질환 전문요양병원 건강보험 시범사업 추진방안에서다. 핵심은 보상 기준을 병상 수에서 환자 한 명에게 실제로 투입된 인력과 자원으로 바꾼 것이다. 정작 환자가 낼 간병 본인부담금과 참여 병원 명단은 아직 비어 있다.
중증근육질환자는 진단부터 병원을 전전한다. 질병관리청이 가천대 산학협력단에 맡겨 2024년 11월 낸 실태 조사를 보면 최종 진단까지 의료기관 4곳 이상을 거친 환자가 16.4%였다. 진단을 받아도 문제는 남는다.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는 간병 난도 탓에 일반 요양병원 입원을 거절당해 집에서 사적 간병인을 쓰는 일이 잦았다.
◆ 하루 13만~15만원, 월 400만원이 전액 비급여
한국간병사협회가 지난 4월 25일 낸 간병요금 기준표를 보면 사지마비·루게릭병 환자의 24시간 종일간병 일급은 13만~15만원이다. 한 달이면 300만~400만원이 통째로 비급여다. 대한루게릭협회와 한국근육장애인협회가 지난 3월 낸 중증근육질환자 간병 실태조사도 24시간 간병 기준 월 400만원선이었다.
인공호흡기와 위루관에 동시에 의존하면 부담은 더 커진다. 승일희망재단이 지난해 6월 5일 정리한 환우 현황 보고서는 이들 환자의 사적 간병비를 월 400만~500만원으로 집계했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사적 간병비 추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사적 간병비 총액은 12조3185억원에 달했다. 2018년 8조원대에서 크게 불어난 수치다.
◆ 다학제 진료·단기병상·응급대응·지역연계, 4대 특화서비스
시범사업은 네 갈래로 짜였다. 다학제 전문팀이 환자별 맞춤 진료와 간호·간병, 의사소통 지원을 맡는 것이 첫째다. 둘째는 급성기 치료 후 가정 복귀가 어렵거나 돌봄 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단기 집중병상이다.
셋째는 호흡근 마비 같은 급성 악화를 조기에 잡아내는 병원 내 응급 대응체계다. 넷째는 퇴원 환자의 건강관리와 연명의료 결정, 가족 지원을 지역사회 서비스로 잇는 연계망이다.
보상 방식이 함께 바뀐다. 기존 요양병원 정액수가 대신 환자에게 실제 투입된 전문인력과 간병 자원을 반영해 별도로 보상한다. 복지부는 지난달 8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의 후속 조치라고 1일 설명했다.
◆ 12월엔 산정특례 본인부담 10%→7%, 136만명 대상
입원비 쪽 부담도 낮아진다. 루게릭병 환자는 산정특례로 법정 급여 진료비의 10%만 내는데, 이 본인부담률이 오는 12월 7%로 내려간다. 복지부는 희귀난치질환 312개 등 약 136만명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2028년 상반기에는 5%까지 낮추는 일정이다.
제도가 감당해야 할 모집단은 계속 커진다.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은 2018년 926개에서 2025년 1389개로 늘었다. 질병관리청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신규 발생자는 6만2420명이다.
◆ 국내 1호 전문요양병원은 76병상, 환자 수천 명과 견주면
현장은 이미 민간이 먼저 열었다. 경기 용인시 모현읍의 승일희망요양병원은 지난해 3월 76병상 규모로 문을 연 세계 첫 루게릭 전용 요양병원이다. 건립에는 시민 기부금 118억8000만원과 국비 120억원을 합쳐 총 238억8000만원이 들어갔다.
반론은 여기서 나온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참여 병원이 극소수여서 전국 환자에 견주면 병상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지적한다. 입원 대기가 길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질병관리청 집계로 희귀질환 발생 환자의 약 52%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 환자의 접근성도 과제로 남는다.
인력 문제는 수가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인공호흡기 환자를 두고 간병인의 가래 흡인 등 준의료행위 범위가 법으로 제한돼 있다. 전담 간호사 구인난도 여전하다.
◆ 간병 본인부담금 고시도, 참여 병원 명단도 아직 없다
환자가 실제로 얼마를 내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차 지정 병원의 명단과 배정 병상 수, 간병비 본인부담의 정률·정액 여부가 모두 남은 숙제다. 승일희망재단의 한 임원은 지난해 3월 "입원비는 산정특례 지원으로 환자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간병비가 가장 큰 숙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요양급여비용 차등보상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하위법령을 이달 입법예고한다. 개정법 시행은 2027년 1월이다. 복지부는 1일 건정심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중증희귀질환 특화 전문요양서비스 및 지불보상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증희귀질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호흡재활을 전공한 한 요양병원장은 "환자들이 너무 중증이라 가족이 모두 매달려야 하고 결국 어느 시점이 되면 체력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소진된다"며 "이건 한 가족이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