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쌀값도 연휴 직전보다 5.9% 상승…할인 지원 예산 590억→1490억원 확대
전문가들 "단기 가격 개입, 시장 신호 왜곡하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와"
정부가 추석 '역대 최대 할인'으로 물가를 끌어내렸다고 자평했지만 할인이 끝나자마자 밥상물가는 다시 오르고 있다. 대구의 배추값은 연휴 전보다 30% 넘게 뛰었다. 고속도로 기름값을 내린 비용 61억원은 고스란히 공기업이 떠안게 됐다.
가격과 총량을 인위적으로 묶는 단기 처방이 정상적인 시장 경쟁을 흔들고, 그 비용을 공공 부문과 취약계층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계는 정부의 가격 개입이 시장 신호를 왜곡하고 결국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한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9% 올라 8월(3.1%)보다 오름폭이 줄었다. 이주섭 재정경제부 민생경제국장은 이날 물가관계부처회의를 주재하며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노력 등에 힘입어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역대 최대 할인지원'과 공급 확대로 농축수산물 물가가 두 달 연속 1년 전보다 내렸다고 평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로 물가 상승률을 0.6%포인트(p) 낮췄으며, 이 조치가 없었다면 3.5%까지 올랐을 것이라고 자찬했다.
할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1일 대구의 쌀(상품·20㎏) 소매가격은 6만5천525원으로 연휴 직전보다 5.9% 올랐다. 정부가 할인 지원 예산을 590억원에서 1천490억원으로 늘려 가며 누른 가격이다.
정부의 가격 개입이 시장 경쟁을 위축시킨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ℓ당 100원을 내린 추석 연휴 나흘간 고속도로 주유소 판매량은 설 연휴보다 69.1% 늘었다. 일반 주유소 업계는 "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어렵게 한다"며 반발했다.
금융 부문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속에 취약차주의 빚이 부실로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당 박성훈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넘어간 가계 부실채권만 2조5천529억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격과 대출 총량 등을 단기간에 직접 통제하는 방식이 시장의 가격 신호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면 기본적으로 시장 질서에 왜곡이 생기고, 왜곡된 만큼 세금으로 보전하게 된다"며 "단기간에는 소비자 이익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할인분을 소비자가 되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진 경북대 명예교수(경영학 박사)는 정부 재정 지원의 반복적인 확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전 정부들부터 '정부 돈은 눈먼 돈,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심각하다"며 "정치는 표를 먹고 사는 곳이라 포퓰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고, 포퓰리즘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꼬집었다.
가계부채 문제 역시 단기 지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빚 문제를 당장 해결해 주면 기분은 좋겠지만 결국 그 사람들이 자활·자립 의지를 갖고 삶이 바뀌겠는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단발성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정말로 재기할 수 있을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