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경제] "어디서 왔고 어떻게 키웠나"…계란도 '공부해서' 산다

입력 2026-10-04 13: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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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수입산부터 산란일·사육환경까지
냄새 경험담엔 보관·유통 정보도 찾아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를 때 가격뿐 아니라 원산지와 산란일자, 사육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비교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매일신문DB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를 때 가격뿐 아니라 원산지와 산란일자, 사육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비교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매일신문DB

"계란에서 화장품 같은 냄새가 나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계란의 '이상한 냄새'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화학약품 냄새가 난다", "비린내가 심하다"는 경험담이 이어졌고, 댓글에서는 제품명과 생산업체, 원산지를 확인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한때 계란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한 판에 얼마냐'였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국산과 수입산, 일반란과 동물복지란 등이 한 매대에서 경쟁하고 산란일자와 사육환경, 신선도까지 따져볼 요소도 많아졌다. 고물가 속 계란 한 판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세분화되고 있다.

◆ "아이 먹을 건데"…국산이냐, 가격이냐

올해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를 때 새롭게 고민하게 된 것 중 하나는 원산지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영향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정부는 올해 미국과 태국산 신선란 수입을 확대했다. 지난 6월에는 7월까지 미국·태국산 신선란 약 2천112만개를 시장에 공급하고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동네 빵집과 슈퍼 등에도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과 태국, 브라질 등으로 수입선도 넓어졌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란에 소비자들도 빠르게 반응했다. 이마트가 지난 6월 미국산 신선란 30구를 5천880원에 판매하자 준비한 약 2만판이 첫날 모두 팔렸고, 같은 시기 롯데마트가 5천790원에 내놓은 미국산 계란도 준비 물량 대부분이 주말 사이 판매됐다. 이후 가격은 더 낮아져 7월에는 이마트 수입 신선란이 30구 4천980원, 배민B마트의 브라질산 신선란이 4천990원에 판매됐다.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에 미국산 신선란 할인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올해 계란값 상승으로 미국·태국·브라질산 등 수입 신선란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매일신문DB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에 미국산 신선란 할인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올해 계란값 상승으로 미국·태국·브라질산 등 수입 신선란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매일신문DB

다만 가격 경쟁력과 별개로 원산지나 신선도 등을 두고 수입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엇갈린다. 어린 자녀를 둔 박준표(35) 씨는 "조금 부담은 되지만 아이들이 워낙 계란을 좋아해서 계란만큼은 국산을 구입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비행기를 타고 오다 보니 신선도 면이나 뭔가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직접 수입란을 먹어본 소비자 가운데서는 국산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미국 계란 전단지를 보고 마트를 방문했다는 이선영(46) 씨는 "국산이랑 맛 차이가 거의 없어서 사 먹기 괜찮았다"며 "맛이 국산 사육환경번호 4번 계란과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1번 계란이 좋은 계란?"…숫자까지 읽는 소비자

원산지 다음에는 계란 자체에 적힌 정보까지 들여다본다. 계란 껍데기에 찍힌 10자리 난각번호가 대표적이다. 앞 네 자리는 산란일자, 이어지는 다섯 자리는 생산자 고유번호, 마지막 한 자리는 닭의 사육환경을 나타낸다. 1번은 방사사육, 2번은 평사사육,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 사육이다.

난각번호는 이제 상당수 소비자에게 낯선 표시도 아니다. 올해 소비자조사에서 난각번호 끝자리를 '알고 있다'거나 '들어본 적 있다'고 답한 소비자는 76.2%였다. 다만 그 의미를 사육환경이라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비율은 55.5%였다.

계란 껍데기에 표시되는 10자리 난각번호는 앞에서부터 산란일자 4자리, 생산자 고유번호 5자리, 사육환경번호 1자리로 구성된다. 사진은 난각번호에 담긴 정보를 설명한 안내 자료.
계란 껍데기에 표시되는 10자리 난각번호는 앞에서부터 산란일자 4자리, 생산자 고유번호 5자리, 사육환경번호 1자리로 구성된다. 사진은 난각번호에 담긴 정보를 설명한 안내 자료.

실제 장을 볼 때 난각번호를 확인하는 소비자도 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위선화(59) 씨는 "예전에는 그냥 날짜와 가격만 보고 샀는데 몇 년 전부터는 계란에 찍힌 마지막 숫자도 본다"며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가능하면 1번이나 2번을 고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냄새 하나에도 생산업체·보관법 검색…'계란 공부'

소비자들이 확인하는 범위는 생산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산란 이후 어떻게 보관되고 유통됐는지까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 확산한 '계란 냄새' 경험담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냄새를 호소한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의 생산·공급업체를 찾아보고 보관 환경이나 유통 과정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는 등 원인을 찾는 데 나섰다.

이번에 냄새 문제가 제기된 제품의 공급업체인 농업회사법인 조인은 해당 제품을 수거해 공인 축산물 시험검사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 업체 측에 따르면 식용부적합 관련 기준상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인 측은 계란 껍데기의 미세한 기공을 통해 주변 환경의 냄새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이 호소한 냄새의 구체적인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냄새 문제와 별개로 계란은 산란 이후 보관 환경도 품질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국립축산과학원이 달걀을 온도별로 보관하며 살모넬라균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4℃에서는 균의 생장이 크게 억제된 반면 30℃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농촌진흥청도 달걀을 구입한 뒤 즉시 4℃ 이하에서 냉장 보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같은 날 산란된 계란이라도 선별·포장과 운송을 거쳐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어떻게 관리됐는지가 중요한 셈이다.

계란 하나를 고를 때 소비자들이 따지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유통업계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가격과 할인 정보뿐 아니라 원산지와 난각번호, 사육환경 등 제품 정보를 별도로 안내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격이나 크기, 산란일 정도를 주로 봤다면 최근에는 난각번호나 원산지, 생산업체는 물론 보관·유통 과정까지 확인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관련 정보를 묻는 문의도 이전보다 구체적"이라며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가격에 민감해진 동시에, 자주 먹는 식품인 만큼 가격 외에도 여러 정보를 따져보고 구매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