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힘들다' 프랑스 고교생들 대규모 시위·학교 봉쇄·방화까지…1900명 넘게 체포

입력 2026-10-02 12:00:29 수정 2026-10-02 12:02:15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한국 학생들이 프랑스 또래들의 시위를 교실 창을 통해 바라본다면? AI로 생성한 이미지
'수업 힘들다' 프랑스 고교생들 대규모 시위·학교 봉쇄·방화까지…1900명 넘게 체포. AI로 생성한 이미지

과밀 학급과 긴 수업시간, 교사 부족, 낡은 학교 시설에 항의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다.

한국 학생들 입장에서는 다소 놀랄 만한 장면이다. 학생들이 단순히 특정 학교의 불편을 호소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를 봉쇄하고 거리로 나서면서 정부가 긴급 대책회의까지 소집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 고등학교 주변에서는 약 900건의 시위와 학교 봉쇄 등이 벌어졌다고 영국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160곳 이상의 학교가 문을 닫았고 파리와 마르세유 등 약 30개 대학 캠퍼스의 출입도 차단됐다. 시위 영향을 받은 고등학교는 전국 3천700여곳 가운데 1천곳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이번 시위의 출발점은 교육 환경에 대한 불만이다.

학생들은 과밀 학급과 만성적인 교사·교직원 부족, 긴 수업 일정, 열악한 위생과 노후 시설 등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잠자는 시간보다 수업 시간이 더 길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 고교생 노조 측은 일부 학급의 학생 수가 32~35명에 달한다며 교육 자원 부족을 문제 삼았다.

시위는 지난달 파리 일대에서 시작된 뒤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정부 예산안 반대 파업과 맞물리면서 규모가 더욱 커졌다.

◆불 지르고 경찰과 충돌…정부 "도시 폭력으로 변질"

그러나 시위가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요구와는 별개로 심각한 폭력 양상도 나타났다.

낭트와 스트라스부르, 르아브르 등에서는 학교 주변이나 시설에 불이 났고, 릴 등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병과 돌 등을 던지자 경찰이 최루탄으로 대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중교통까지 중단됐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가 '도시 폭력'으로 변질하고 있다고 판단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교육기관의 정상 운영과 학생·교직원의 안전 확보가 어려워진 지역에서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체포 인원도 급증했다. 외신에 따르면 1일 하루에만 1천900명이 넘게 체포됐고, 시위 확산 이후 누적 체포 인원은 약 3천명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과 학생·교직원 부상자도 속출했다.

◆학생 시위가 정치권 싸움으로…좌파 배후론까지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서 시작된 시위는 정치권 공방으로도 번졌다.

프랑스 정부와 우파·극우 정치권에서는 급진 좌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관련 단체들이 시위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정부 긴급회의에서는 정보기관이 LFI와 관련 단체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LFI는 이를 부인하며 정부가 학생들의 불만보다 시위 진압과 정치적 책임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하원 의원 역시 이번 사태를 단순한 고교생 시위가 아니라 정치 세력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폭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학생들의 불만 자체를 정치 세력 탓으로 돌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한국 학생들이 프랑스 또래들의 시위를 교실 창을 통해 바라본다면?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국에선 낯선 풍경…'공부 많이 시켜서'만은 아니다

한국 학생들의 시각에서 보면 "수업시간이 길고 학급이 붐빈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학교를 봉쇄하고 전국적 시위에 나선 장면 자체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히 '프랑스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시위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학생들의 요구에는 긴 수업시간뿐 아니라 교사와 지원 인력 부족, 과밀 학급, 열악한 학교 시설과 위생 문제 등 공교육 전반에 대한 불만이 함께 포함돼 있다.

반대로 방화와 기물 파손, 경찰 공격 등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 역시 교육환경 개선 요구만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교생들의 집단행동이 정부의 예산정책과 공공부문 파업, 좌우 정치권의 대립까지 겹치면서 프랑스 사회 전체의 갈등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프랑스 정부가 학생 대표들과 직접 대화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앞으로 시위가 교육환경 개선 논의로 돌아갈지 아니면 정치·사회적 폭력 사태로 더 확산할지가 관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