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영화계 현대사 왜곡 논란…'암살자(들)' 두고 거세지는 비판론

입력 2026-10-01 16: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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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배후 가설' 제시…역사왜곡 공방
같은 제작사 '남산의 부장들' 등도 실제사건에 영화적 각색
관람 거부 움직임에 출연 배우·광고까지 비판 여론 확산
"각색 여지 있지만 실제 사건 다룰 땐 창작자 윤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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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당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을 뿐 특정한 결론을 단정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극중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이나 당시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가설로 제시하면서 정치권과 일부 관객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화계 현대사 왜곡 논란
논란의 핵심은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영화의 가설이다. 영화는 특정 인물을 배후로 지목하지는 않지만 박 전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영화는 과거 시사·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다뤄졌던 일부 의혹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극화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사건의 배후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제작사의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거나 영화 속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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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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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실제 역사적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며 논쟁을 부른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암살자(들)'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앞서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을 잇따라 선보였다.

10·26 사건을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들'(2020)은 실존 인물의 이름을 각색해 실제 역사와 거리를 뒀다. 다만 증언으로 확인되지 않거나 엇갈리는 일부 발언과 상황을 극중 사실처럼 재현했다.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서울의 봄'(2023) 역시 실존 인물의 이름을 바꾸고 실제 역사에는 없었던 인물 간 대치 등을 극적으로 재구성했다. 이후 학교 단체관람이 이어지자 일부 보수단체가 왜곡된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관람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극장 밖으로 번진 후폭풍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비판 여론도 이어지고 있다. 출연 배우들의 소셜미디어와 영화에 추천사를 남긴 배우, 영화를 소개한 유튜브 채널에도 비판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일부 관객들은 근현대사를 편향된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영화가 반복되고 있다며 피로감을 드러내고 관람 거부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번 논쟁에서는 실제 역사를 다루는 영화의 각색 범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의 봄'이 12·12라는 사건의 큰 줄기 안에서 상황과 인물 등을 재구성했다면, '암살자(들)'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건의 배후 가능성을 주요 가설로 끌어왔다는 차이가 있다.

지역의 한 영화평론가는 "당시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실제 존재했고, 50년이 지난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화적으로 각색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며 "다만 창작자에게는 기본적인 윤리가 필요하다. 생존해 있는 사건 관계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각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비판은 출연 배우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주연 배우 유해진이 모델로 출연한 한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유튜브 광고 영상은 댓글 기능이 중단됐고, 해당 브랜드 SNS의 관련 게시물 역시 댓글 작성이 제한됐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