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조5천억원 중 2천억원 근로자 주거·정주여건 지원 편성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주 예정…지원 대상·한도·기업 분담 기준 미정
정부가 내년 광주·전남 반도체클러스터에 전액 국비로 출연하는 1조5천억원 가운데 2천억원을 근로자 주거·정주여건 지원에 배정했지만, 지원 대상과 한도, 기업의 비용 분담 원칙 등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부로부터 받은 '2027년도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회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신규사업인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통합재정지원'에 내년 1조5천억원을 편성했다. 2030년까지 4년간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총 6조원을 출연하는 사업의 첫해 예산이다.
산업부는 예산 산출근거에 '기업 및 입주기관 지원: 2천억원(근로자 주거·정주여건 등)'이라고 명시했다. 수혜 대상은 '반도체기업·입주기관'으로 규정했다. 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팹 2기씩을 건설할 예정이다. 두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합계 90조원을 넘는다.
반도체특별회계 사업 가운데 근로자 주거를 지원 용도로 명시한 사업은 서남권 통합재정지원이 유일하다. 경기 용인·평택 반도체 특화단지 지원사업은 전력과 도로, 용수 등 기반시설 지원에 한정돼 있다.
문제는 예산서에 지원 방식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출연금의 구체적 용도는 통합특별시가 세우는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해진다. 기숙사·사택 건립비 보조부터 근로자 임차료·전세보증금 지원까지 모두 가능하고, 국회는 예산 심사 단계에서 실제 쓰임새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최 의원 측 분석이다.
기존 산단 주거지원 제도는 재원 회수나 기업 분담 장치를 두고 있다. 산업부의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는 정부 자금 비중이 총사업비의 약 13%이고, 투자기간 안에 회수하는 방식이다. 자치단체의 기숙사 임차비 지원도 중소기업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 한도에 기업이 임차료 일부를 부담한다. 산업부가 지난해 전국 노후산단 66곳에 4년간 지원하기로 한 환경개선 국비는 1천870억원으로, 서남권 한 곳의 1년 치보다 적다.
최 의원 측은 산출근거도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예산서의 세부 산출내역 칸은 비어 있고, '활용 예시로, 개별사업의 지원 여부 및 규모를 확정한 것이 아님'이라는 주석만 달렸다는 것.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조건부 의결에 그쳤고, 출연 근거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다.
최 의원은 "지난해 9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대기업의 직원 주거비까지 국민 세금 100%로 대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은 명백한 특혜 구조"라며 "예산심사 과정에서 대기업 근로자 주거지원 배제, 지원 기준과 기업 분담 원칙 마련, 사업시행계획의 국회 사전 제출을 요구하고, 근거 없는 금액은 삭감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