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봉 소설가
얼마 전 한 인터넷 기사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봤다. 대화형 AI 이용자 10명 중 6명 가까이가 AI와 감정을 나누는 대화를 해봤다고 답했다. 사람에게 말 못 할 고민을 AI에게는 털어놓는다는 것이다. AI가 외로운 사람들의 새로운 위로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지난해 오픈AI와 MIT 미디어랩이 함께 발표한 연구 결과는 조금 다르다. 챗GPT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더 외로움을 느꼈고, 다른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위로받고 싶어서 AI를 찾았는데, 왜 더 외로워졌을까. AI는 정말 사람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
김애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 실린 단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떠올랐다. 주인공 명지의 남편 도경은 중학교 교사다. 현장학습 중 물에 빠진 제자 지용을 구하려다 결국 둘 다 돌아오지 못한다. 사람들은 의로운 죽음이라 말하지만 명지는 묻고 싶었다. 왜 나를 두고 물에 뛰어들었느냐고.
명지는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에든버러에 사는 사촌 언니가 휴가를 가면서 빈집을 그녀에게 맡겼다. 거기서 그녀는 옛 친구 현석을 만나지만 도경이 죽었다는 사실을 숨긴다. 그의 죽음을 모르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 현석을 통해 텅 빈 마음을 채우려 하지만 결국 엉망이 된다. 그녀는 에든버러의 낯선 방에서 휴대폰 속 시리에게 말을 건다. 시리는 뭐든 척척 대답하다가, 명지가 정말 묻고 싶은 질문에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라며 되묻는다.
물론 소설 속 시리는 10년 전 AI다. 요즘 AI라면 정말 그럴듯한 위로를 건넸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매끄러워도 그게 위로가 될까? AI는 상실을 겪어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잃고 무너져 본 적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본 적도 없다.
한국으로 돌아온 명지는 가득 쌓인 우편물 사이에서 한 통의 편지를 보게 된다. 남편과 함께 죽은 지용의 누나, 지은이 보낸 편지였다. 지은은 작년에 갑자기 마비가 와서 오른쪽 몸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며칠 전 꿈에 동생이 나왔다며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안부를 묻는다. 명지는 몸이 불편해 삐뚤빼뚤하게 쓴 글씨를 따라가다 눈물을 흘린다.
AI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AI는 한밤중에도 대답하고, 지치지도 않고, 언제나 내 편을 들어준다. 그런데도 AI와 오래 이야기한 사람들은 더 외로워졌다. 다시 묻는다. AI가 정말 사람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 시리가 물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저 누군가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