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발표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통합하는 초대형 공기업인 '에너지자원공사(가칭)'의 출범이 가시화되었다. 국가 에너지 인프라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글로벌 자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는 깊이 공감한다. 다만 이번 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인 '통합 본사 입지 선정'만큼은 정치적 고려나 지역 안배보다 '경제적 효율성'과 '국가균형발전'의 원칙에 따라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전략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통합 본사의 최적지는 대구라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규모와 경영 안정성 면에서 한국가스공사 중심의 통합이 합리적이다. 최근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두 기관을 비교해 보면 가스공사는 석유공사에 비해 조직 규모와 자산이 약 3배에 달하며, 매출액은 11.4배, 영업이익은 2배 이상 크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통합 공사의 재정 건전성을 조기에 확보하려면, 상대적으로 탄탄한 자산과 경영 역량을 갖춘 한국가스공사를 주축으로 기존 조직의 전문성과 운영 경험을 충분히 살리는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타당하다.
둘째, 이미 검증된 전국 단위 공급망 관리 인프라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전국을 촘촘히 잇는 통합 공급망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국가 에너지 안보를 좌우하는 천연가스와 석유 자원의 관리 기능을 한곳으로 결집할 때, 가스공사의 고도화된 시스템과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통합 초기의 업무 공백과 공급망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셋째, 대구는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을 선도해 온 '준비된 에너지 혁신도시'다. 필자는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서 총회의 유치와 개최 과정을 함께했다. 당시 대구시와 시민들은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문가와 기업인,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모인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성숙한 역량을 보여줬다. 대구는 이후에도 이에 버금가는 규모의 2022년 세계가스총회를 유치해 훌륭히 개최했고, 매년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를 열며 폭넓은 에너지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이러한 상징성과 국제 사회와의 협력과 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기반은 출범할 에너지자원공사가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신산업을 이끄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구 입지는 국가균형발전의 방향에도 부합한다.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히 건물을 옮기는 차원을 넘어, 지역에 미래 신산업 생태계를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대구는 신용보증기금, 한국가스공사 등 1차 이전 기관들과 연계하여 중소기업 지원, 에너지 산업, 첨단의료 및 물산업을 아우르는 융합형 정책 거점으로 도약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에너지자원공사는 지역 기업의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며 영남권 내륙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토 균형발전을 앞당기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정부가 지역 간 유치 경쟁을 넘어, 통합의 본래 목적인 국가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균형발전이라는 과제를 함께 고려해 객관적인 기준과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의 미래 50년을 책임질 '에너지자원공사'의 가장 든든한 터전은 준비된 에너지 도시, 바로 대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