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의 별별시선] 대통령 주위에는 진짜 '자기' 사람이 없는 것일까

입력 2026-10-02 0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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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개명세대에서 뭔 봉건적인 표현이냐 하실지 모르겠는데 유시민은 '주군(主君)'의 통증을 알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했으며, 어떻게든 그걸 다독여주려 했던 진정한 충신이었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참모로 뛰고 있을 때다. 유시민이 노무현에게 물었다. "후보님, 콤플렉스 있으시죠?" 노무현은 웬 뚱딴지같은 질문이냐는 듯 "무슨 콤플렉스?"라 되물었고 유시민은 태연하게 상처 부위를 쿡 찔렀다.

"가방끈 콤플렉스 있으시잖아요?"

유시민이 미쳐서 역린을 건드린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는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만이 그걸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긴장감을 최고치로 올린 유시민은 미리 계획한 대사를 이어갔다. 대학도 좋은 데 나오고 글도 잘 쓰는 내가 왜 여기서 당신을 당선시키기 위해 자원봉사 하고 있겠냐고. 영리한 유시민은 주관적인 칭찬에 이어 객관적인 수치를 잊지 않았다. 당신은 사법시험 60명 뽑을 때 합격한 사람이다. 서울 법대 출신들도 얼마나 많이 떨어지는 줄 아느냐.

속이 빤히 들여다보였지만 이런 기특한 짓을 하는 유시민이 노무현 눈에 얼마나 예뻐 보였을까. 쓸데없는 소리, 하며 넘겼지만 속 깊은 추종자를 두었다는 기쁨에 그날 하루, 내내 행복했을 것이다. 효과가 있었을까. 일정 부분 그랬을 거라 본다. 실제로 '고졸 대통령' 노무현은 취임 12일 차 전국평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 전투적으로 대응한 거 말고는 항상 직전에서 멈췄다.

콤플렉스라고 우아하게 표현했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열등감이다. 인물이 빠지거나 키가 작거나 심지어 집이 빈한한 것도 다 그 범주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질기다. 얼핏 사람들은 자신이 어려서 꿈꿨던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꼼꼼히 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열등감을 덮는 일에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친다. 그 대표 종목이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가지고 있다는 학력이다. 2025년 OECD 자료를 보면 25세에서 34세까지 한국인 대졸자는 70%였다. OECD 평균은 48% 정도다.

반면 경제적 보상은 미미하다. 한국 대졸자는 고졸자에 비해 31% 돈을 더 받는다. OECD 평균은 54%였다. 둘을 섞으면 대한민국에서 학력은 교육 지표가 아닌 전혀 다른 상징이란 의미다. 바로 사회적 지위다. 대졸 학력이 보편화되면서 내부에서 서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높고 낮음이 인격의 서열로 둔갑하면서 죄다 학벌 세탁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출석만 하면 학위를 주는 특수 대학원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 그 방증이다. 여기 마친 분들은 이력서 쓰는 란에 출신 대학은 절대 안 쓰고, 죽어라 대학원만 쓴다. 학부는 어디냐 물으면 말을 돌리거나 화를 낸다. 주변에도 있다. 관계를 틀고 싶으면 만날 때마다 학교 물어보면 된다.

돈과 시간을 처발라 세탁을 했다고 치자. 그럼 끝? 아까도 말했다. 질겨서 콤플렉스라고. 혈맥 안에서 마그마처럼 돌아다니던 이 기운이 분출하는 순간이 있다.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때다. 그간 참았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더욱 적대적이고 공격적으로 표출된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 하나가 전세 제도에 대한 예전 발언에 대해 묻자 몹시 기분 나쁘다는 듯 턱을 꼿꼿이 세우고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냐"며 면박을 줬다. 대통령답지 못한 졸렬한 태도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열등감이다.

백낙청 선생의 말을 빌리면 "고등학교도 안 나오고 대학공부도 제대로 안 한" 이재명식 콤플렉스겠다. 사소한 일에 발칵 뒤집어지는 걸 보면 이재명 대통령 주변에는 노무현의 유시민처럼 성심(誠心)으로 그를 보좌하는 성신(誠臣)이 없는 모양이다. 인간적으로 많이,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