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영화 '살목지'·외화 '백룸' 잇따른 흥행
'뒤틀린 사랑' 옵세션, 바통 이어받아 85만명 돌파
신체 변형·악령·번아웃…가을 극장가에도 호러 러시
"일상 공포물로 관객층 확대…사계절 즐기는 장르로"
무더운 한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지만 극장가의 '호러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살목지'와 '백룸'에 이어 최근 '옵세션'까지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면서, 가을 극장가에도 저마다 다른 소재를 내세운 공포영화들이 잇따라 관객들과 만난다.
올해 공포영화 흥행의 시작은 지난 4월 개봉한 김혜윤 주연의 한국 영화 '살목지'였다. 로드뷰 서비스 직원들이 거리 촬영을 위해 저수지에 들어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누적 관객 324만여명을 동원했다. 2003년 개봉한 '장화, 홍련'의 314만명을 넘어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5월 개봉한 '백룸'도 120만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외화 공포·스릴러 작품이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은 조던 필 감독의 '어스'(2019) 이후 7년 만이다. 영화 '백룸' 속 폐상가와 비슷한 분위기의 장소를 찾아 공포 체험을 즐기는 MZ세대가 늘면서 관련 사이트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가을에는 '옵세션'이 흥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2일 개봉한 작품은 최근 누적 관객 85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국내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999년생 유튜버 출신 커리 바커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옵세션'은 직장 동료 니키를 짝사랑하던 베어가 소원을 이뤄주는 골동품에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빌고 연인이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단 하나의 소원만 이뤄주지만 한 번 빈 소원은 취소하거나 바꿀 수 없다는 설정에서 출발해 사랑이 집착과 공포로 뒤바뀌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약 75만달러(약 10억원)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은 전 세계에서 5억달러(약 6천900억원) 가량의 흥행 수입을 거두며 제작비의 600배가 넘는 수익을 냈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호러 열기는 10월에도 이어진다. 다음 달 7일 국내 공개되는 '고스트 인 더 셀'은 폭력과 부패가 일상이 된 인도네시아의 한 교도소에 의문의 새 죄수 '디마스'가 들어온 뒤 죄수들이 하나둘 기괴한 죽음을 맞으면서 벌어지는 하드 고어 호러다.
'사탄의 숭배자' 시리즈의 조코 안와르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흉악범들이 악령의 사냥감으로 전락한다는 역전된 설정을 내세운다. 지난 7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상영돼 호응을 얻었다.
11월에는 직장인의 '번아웃'을 바디 호러로 풀어낸 '변이'가 개봉한다. 응급실 인턴 마고가 극심한 과로에 시달리던 젊은 환자들에게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증세를 발견한 뒤 자신에게도 기이한 변화가 시작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직장 내 스트레스와 과로가 불러온 신체 변화를 '새로운 종의 탄생'이라는 장르적 상상력으로 확장했다.
앞서 이달 30일에는 '티탄'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신작 '알파'가 개봉한다. 의문의 문신을 새긴 뒤 바이러스 감염 의심을 받게 된 13세 소녀를 중심으로 신체 변형과 공포, 낙인과 혐오를 다룬 작품이다.
공포영화의 소재도 한층 다양해지면서 여름철 '납량특집'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호러의 흥행 공식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과거에 공포영화는 '납량특집'이라고 해서 여름철 특정 기간에 한정된 장르 영화로 인식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공식이 깨졌다"라며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상의 공포를 다루면서 일부 마니아층이 즐기는 장르를 넘어 관객층이 더욱 넓고 두꺼워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