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산업 공장에서 생태온실건축으로
건축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철과 유리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다. 철은 석재와 벽돌을 대신해 건축의 골격이 되고, 유리는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며 오늘날 현대건축에서도 주축을 이루고 있다.
1851년 세계 최초의 런던 만국박람회장 크리스털 팰리스(Crystal Palace)는 철과 유리로 이루어진 500m 길이의 거대한 온실과 같은 새로운 공간이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상징 에펠탑은 철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건축물로, 300m 높이의 철골 구조물은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 됐다.
그로부터 170여 년이 지난 오늘, 철과 유리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다. 상하이 온실정원(上海温室花园)이다. 철과 유리는 더 이상 근대 산업생산을 위한 공장의 재료가 아니다. 과거 산업시설의 철골을 남겨두고 그 위에 유리와 식물, 물과 빛을 결합하면서 산업유산이 생태환경건축으로 전환되는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있다.
◆엑스포의 땅, 건축공원이 되다
상하이 온실정원은 푸둥 황푸강변의 상하이 엑스포 문화공원(上海世博文化公园) 중심부에 자리한다. 이 일대는 본래 석탄화력발전소와 철강공장 등이 있던 산업지역이었다. 이후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개최되면서 도시의 새로운 공간으로 변했고, 엑스포가 끝난 뒤에는 대규모 문화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기존 산업의 기억, 엑스포의 기억, 그리고 새로운 식물생태와 도시의 미래가 한 장소에 겹쳐 있는 셈이다.
현재의 엑스포 문화공원(약 2㎢)은 산업의 기억과 엑스포의 흔적 위에 숲·습지·호수·정원을 겹쳐 놓은 거대한 도시공원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온실정원, 세계화예원, 신원(申园), 국제마술센터 등 다양한 시설과 공간이 들어서 있다. 특히 곧 개관을 앞두고 있는 상하이 그랜드 오페라하우스는 벌써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부채를 펼친 듯한 거대한 계단형 건축물은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노르웨이 스노헤타 그룹의 작품이다.
주변 도시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쌍자산(双子山)은 평탄한 도시 땅에 호수를 파서 나온 흙을 쌓아 올린 인공 산이다. 철강공장과 엑스포가 사라진 자리에 산과 호수, 숲이 들어서고, 그 사이에 다시 건축이 들어온다. 산업도시가 생태도시공원으로 변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건축적 풍경이 됐다.
◆산업공장 위에 자연의 건축을 세우다
멀리서 바라보는 온실정원은 현대미술관이나 문화시설처럼 보이는 투명 유리 건축물이다. 곡선으로 부드럽게 휘어진 유리 외피,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가벼운 형상, 온실 내부에서 자라는 거대한 식물들이 미래의 풍경을 만든다. 이 건축은 새로운 땅에 새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DMAA건축은 기존 산업공장의 철골구조 모듈을 근본적으로 보존하면서, 그 안에 유기적인 곡선 형태의 온실 파빌리온을 설계했다. 산업과 자연, 전통과 미래가 교차하는 건축적 전환으로 직선의 산업이 곡선의 자연으로 변한 것이다.
과거 공장의 철골은 생산을 위한 구조였으나, 이곳에서 그 철골은 식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보호하고 사람이 자연을 경험하는 공간이 됐다. 건축의 기능은 바뀌었지만 구조의 기억은 남아 있다. 이것은 온실정원을 단순한 식물원이 아니라 산업유산 재생건축으로 바라봐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3개의 자연, 3개의 기후
전체 배치는 방문자 서비스센터동과 3개의 테마 파빌리온으로 구성된다. 서비스센터동을 지나 온실동으로 들어서면 영상 속 환상 세계가 펼쳐진다. 원형 패턴의 천장은 구름처럼 다양한 형태의 하늘빛을 끌어들이며 실내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빛은 식물과 물, 안개를 만나 끊임없이 변화한다. 가벼움과 투명성은 현대건축의 새로운 공간 언어로 나타난다. 햇빛과 온도·습도·바람을 조절하며 자연을 담는 거대한 유리 온실은 자연과 인간의 미래 공간을 만들고 있다.
배치 평면은 마치 아메바가 꿈틀거리는 듯한 생태적 형상이다. 3개 파빌리온은 서로 다른 기후 테마의 생태환경과 공간 경험을 연출하며 연결된다. 안내판과 팸플릿을 미리 살펴봐야 전시기획 의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제1동 해시사주(海市沙洲)= 뜨겁고 건조한 사막의 환경을 재현해 산과 계곡, 동굴과 모래사장의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을 보여준다. 생존과 진화의 건축적 풍경이다.
▷제2동 운상삼림(云上森林)= 열대우림의 거대한 나무, 물 위의 숲, 물속의 숲, 안개 속의 숲이 이어진다. 높은 습도와 풍부한 식생은 1동의 건조한 공간과 다른 환경을 만든다.
▷제3동 운무협곡(云雾峡谷)= 열대 꽃과 물, 안개가 결합된 협곡의 세계다. 다리와 계단, 협곡과 계곡, 지상에서 수직공간으로 확장되는 공간적 경험을 선사한다.
관람자 동선은 사막→열대우림→협곡이라는 자연의 서사가 된다. 식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후와 지형, 식생을 몸으로 통과하는 건축적 경험은 아바타의 공간이기도 하다.
◆철과 유리, 미래의 건축
상하이 엑스포 후적지에 기존 산업공장 건물을 보존하는 국제 설계 현상공모에서 최종 당선자는 오스트리아의 DMAA 건축이었다. 중국의 문화인 '음양(陰陽)'이라는 이중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전천후 기후 조건의 생태온실을 중심으로 한 건축과 레저 공간을 포함하는 복합시설을 제안했다.
유리건축의 '빛'과 '투명성'이 건축의 핵심이다. 특히 천장의 원형 빛과 외부 자연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인다. 온실은 커다란 실내 공간이라기보다 도시에 만들어지는 인공 기후와 자연의 공간이다. 온실은 자연을 담는 그릇이면서 햇빛·습도·온도·바람을 조절하는 거대한 환경장치가 된다.
특히 서로 다른 기후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온실은 일반 건축물보다 에너지 소비가 크다. 지붕의 개폐창을 통해 자연환기와 수동 냉각을 유도하고, 건물 주변의 인공호수는 기온을 낮추는 데 활용된다. 호수 수면과 지붕의 태양광 패널을 온실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등 제로에너지를 지향하는 설계다.
1960년 벅민스터 풀러는 뉴욕 맨해튼 중심부를 지름 3.2km의 거대한 돔으로 덮어 인공적인 자연환경을 조성하는 도시를 제안했다. 이곳 상하이 온실건축은 인간이 아닌 식물의 자연환경을 구현한 공간이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우주를 향하는 인간의 미래 주거환경을 예측하게도 하는 건축이다.
건축가·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