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작의 자유는 역사 왜곡의 면죄부가 아니다

입력 2026-09-2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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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가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배후를 명확히 지목하진 않았지만, 극 중 일부 인물들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는 장면이 담겨서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감춰졌던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영화로 접근하지는 않았다"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28일 '암살자(들)'에 대해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고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명백한 사실을 비틀어 역사를 왜곡하고 고 박정희 대통령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썼다. 그는 "아직도 살이 에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도 했다.

영화가 특정한 관점을 갖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에는 다양한 인물과 이해관계, 당시의 사회적 조건이 존재한다. 역사적 인물을 오늘날의 정치적 가치관에 맞춰 영웅 또는 악인으로 재구성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호오(好惡)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

영화 창작자는 상상력을 발휘할 자유가 있고,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권리도 있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역사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바꾸고, 특정한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하는 것까지 정당화하는 만능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창작의 자유는 비판받을 자유까지 포함할 때 완성된다.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역사는 어느 한쪽의 전유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