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논란으로 경찰 불신…수장 공석 속 개혁기구만 '우후죽순'
수사인력 보강에도 전문성 의문…대구 경찰관 1명당 연 120건 처리
오는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경찰이 일반 형사사건 수사의 중심에 선다. 개정법은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책임지도록 규정하면서 검사의 역할을 영장 청구와 보완·재수사 요구 등으로 조정했다. 경찰의 숙원이었던 수사권 독립이 현실화된 셈이다.
문제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부실수사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이 잇따랐다는 점이다. 그동안 경찰 수사에서 빠진 범죄 혐의나 증거가 사건 송치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추가로 확인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경찰 권한 확대와 함께 내부 통제와 수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이지 않는 '암장' 논란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장윤기 사건'이다. 지난 5월 5일 귀가하던 고등학생 이채원 양을 살해한 장윤기의 아버지는 현직 경찰 간부다. 이후 아버지가 리얼돌과 케이블타이 등 사건 관련 증거를 없애고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이를 도운 정황이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경찰 내부 사건에서 이해관계자를 제대로 차단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사건 이후 같은 관서에서 근무하거나 최근 3년 이내 함께 근무한 동료 경찰관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가 사건 관계인일 경우 다른 관서로 사건을 넘기는 상피제를 도입했다. 경찰관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을 분리하기 위한 조치지만,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제 식구 감싸기를 차단할 제도가 마련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주에서는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이 구속되는 일도 발생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지난 5월 실종 신고된 30대 여성과 실제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신고자에게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거짓말한 뒤 사건을 자체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는 해당 경찰관이 실종팀 근무 기간 종결한 사건 298건 가운데 63건을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거나 삭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여성은 실종 신고 약 100일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등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수장 1년9개월 공석…개혁안만 쏟아져
경찰청장이 1년 9개월째 공석인 가운데 경찰 개혁안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부실수사 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새로운 개혁기구가 꾸려지고 후속 대책이 추가되고 있지만, 각 기구가 내놓은 방안을 조율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을 책임질 정식 수장은 없는 상황이다. 경찰 자체 개혁안과 정치권·정부 차원의 개혁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조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경찰청 수사개혁위원회와 국민참여·현장동행 경찰개혁단,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에 이어 국무총리실 차원의 경찰개혁위원회까지 출범을 준비하면서 주요 경찰개혁 논의만 최소 4개의 기구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대책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조직 쇄신보다 '땜질식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장 자리는 2024년 12월 이후 1년 9개월째 비어 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체제는 세 번째 직무대행 체제다.
그 사이 경찰 개혁을 위한 조직은 잇따라 만들어졌다. 지난 7월에는 경찰청 수사개혁위원회가 출범했고, 지난 1일에는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이 꾸려졌다. 같은 달 9일에는 국민참여·현장동행 경찰개혁단이 출범했다. 여기에 국무총리실 차원의 경찰개혁위원회 출범도 준비되고 있다.
각 기구의 성격과 역할은 다르다. 수사개혁위는 수사제도와 역량 강화를, 경찰개혁단은 국민 의견 수렴과 현장 중심 개혁안 구체화를 맡는다. 여당의 경찰개혁추진단은 입법·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국무총리실 차원의 기구 역시 경찰개혁 전반을 다루는 역할을 맡게 된다.
문제는 여러 기구가 각각 내놓는 방안을 어떻게 조정하고 실제 경찰 조직에 적용할 것인가다. 개혁의 방향을 정하고 서로 충돌하거나 중복되는 과제를 정리하며 장기적인 로드맵을 끌고 갈 책임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 권한과 역할이 커지는 만큼 조직 내부 개혁과 수사 역량 강화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권한만 막강…인력 '돌려막기' 우려
수사권 확대를 앞두고 경찰은 수사 인력 보강에도 나서고 있지만 수사 전문성을 높이는 데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경찰은 비수사 부서와 기동대 등의 인력을 수사 분야로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모두 3천900명가량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1천900명은 우선 배치됐고, 추가로 약 2천명을 확보할 예정이다. 대구경찰청에도 64명이 추가됐다.
하지만 단순히 수사관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수사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분야는 사건 경험과 전문성이 중요한 만큼 숙련된 수사관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업무량이 많은 데다 수사 결과에 따른 책임 부담까지 커 수사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도 여전하다.
경찰관 1명이 맡는 사건 수도 부담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경찰관 1명당 75.3건의 사건을 처리했으며, 지난해에는 1인당 평균 120.4건을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과정에서 베테랑 수사관이나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 인력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직 중수청장이 정식 임명되지 않았고, 실제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일할 실무 수사 인력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며 "수사를 뒷받침할 관련 예산은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 수사기관의 행정 편의적 처리는 국민에게 2차 피해로 돌아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 관할 조정을 위한 상설 협의체 구축과 사건 분류·통보·이관 기준을 명확히 표준화하고, 사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받는 '원스톱 안내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