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60원대→9월 1300원대…원화 강세에 갈린 명암
자동차株 환산 매출 줄어 약세…항공株 달러 비용 덜어 강세
관건은 환율 방향…"연말 1300원 내외 하락 전망"
지난 6월 초 1560원대까지 치솟던 환율이 이달 1300원대로 내려앉으면서 업종별 주가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원화 강세에 수출로 달러를 버는 자동차는 뒷걸음질 친 반면 달러로 비용을 치르는 항공주는 날아오르며 환율 하나가 두 업종의 주가를 정반대로 갈랐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자동차지수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한 달간 13.24% 하락했다.
대표주인 현대차가 13.65%, 기아가 9.61% 떨어졌다. 특히 현대차 주가는 6월 1일 장중 최고가(78만3000원) 대비 이달 22일 기준 36만2000원으로, 석 달여 만에 시가총액 절반이 증발했다. 부품·타이어주도 부진해 현대모비스가 한 달 새 26.53%, 넥센타이어가 13.33% 하락했다.
반면 항공주는 정반대로 날았다. 대한항공 등이 포함된 KRX운송지수는 최근 한 달간 6.82% 상승했다.
대한항공은 8월 21일 2만5050원에서 지난 22일 기준 3만1400원으로 25.35% 올랐고, 진에어(15.95%)·아시아나항공(21.13%)·제주항공(9.95%)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두 업종의 희비를 가른 것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6월 장 중 1560원대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7월 들어 급락세로 돌아서 9월 초에는 133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2024년 10월 이후 약 1년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두 달여 만에 200원 넘게 빠진 것이다.
같은 원화 강세가 두 업종에 정반대로 작용하는 이유는 사업 구조에 있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수출주다. 해외에서 달러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원화 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환산 금액이 줄어 매출과 이익이 깎인다.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환율 상승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3조7000억원,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누렸던 만큼 환율 방향이 바뀌면 그 효과도 반대로 돌아선다.
항공 섹터는 반대다.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한다. 같은 국제유가라도 원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표시된 비용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부담이 줄어들고 달러 부채 부담도 가벼워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외화부채 관련 장부손익이 약 560억원 개선되고 현금 지출도 약 16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화 강세가 곧 비용 절감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다만 주가가 환율만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원화 강세에 더해 대미 관세 부담, 현대차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판매 부진이 겹쳤다. 현대차는 7~8월 파업으로 120시간의 생산 중단을 겪으며 8월 글로벌 도매판매가 전년보다 14.2% 감소했다. 주가를 끌어올리던 로봇 사업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IPO) 지연 우려로 기대가 한풀 꺾였다. 항공 역시 환율 외에 국제유가 안정, 여객 수요 회복,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기대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향후 두 업종의 엇갈린 흐름이 이어질지는 환율 방향에 달렸다.
원화는 연준의 금리 인상과 고유가에 지난 18일 1383원까지 반등했지만 전날 다시 22.8원 급락한 1358원에 마감했다. 7거래일간 오르던 환율이 하루 만에 20원 넘게 빠진 것으로, 최근 반등이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원화 강세 국면 속 되돌림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 이후 상단이 제한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4분기 중반부터 수출기업의 환전 수요가 재개되며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1300원 내외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 흐름이 유지되는 한 자동차 약세·항공 강세 구도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반등하는 국면에서는 자동차의 실적 부담이 완화될 여지가 있어 그간 낙폭이 컸던 자동차주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악재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모멘텀이 발현될 수 있다"며 "자동차 업종의 다운사이드보다 업사이드 리스크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