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집계 통신 3사 누적 미환급금 1494억원 본인 명의 계좌만 입금, 평일·토요일 오전 9시~오후 8시 조회
추석 연휴에는 조회조차 할 수 없는 통신비 미환급금이 통신 3사에 1494억원 쌓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5월 정리한 통신사 미환급금 발생 현황 및 관리 실태에서다. 통신사는 요금을 빼 갈 계좌는 알고 있으면서도, 돌려줄 때는 가입자가 스스로 조회하고 신청해야만 입금한다. 조회 창구인 스마트초이스가 일요일과 공휴일에 문을 닫는 탓에 연휴 중에는 확인 자체가 막힌다.
◆ 누적 1494억원, 해마다 30억원은 주인에게 못 갔다
새로 쌓이는 잔액도 줄지 않는다. 2024년 국정감사에 제출된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로는 통신 3사가 연말에 들고 있는 미환급액이 2019년 이후 해마다 30억원을 넘었다.
같은 자료에서 사업자별 잔액은 SK텔레콤 15억원, LG유플러스 10억원, KT 5억원 수준이었다. 건수 기준으로는 순서가 뒤집힌다. 2018년 국회에 제출된 이동통신 미환급액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규모는 65만9000건, 43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LG유플러스가 38만여건으로 절반을 넘었고, 금액은 SK텔레콤이 2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액수가 작아 방치되는 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지난해 10월 집계한 과오납·보증금 환급 통계에서 1인당 평균 수령액은 20만원 안팎이었다.
◆ 이름·주민번호 넣고 1분, 계좌 입금까지 2~7일
통신 미환급액 통합 조회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위탁 운영하는 스마트초이스 한 곳으로 모여 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넣으면 비회원 상태로도 1분이면 잔액이 뜬다.
환급 신청 단계부터는 본인인증과 회원가입을 거쳐야 한다. 입금 계좌는 통신 가입자 본인 명의만 허용하고, 가족 계좌는 받지 않는다. 통신사 확인을 거쳐 금융영업일 기준 2~7일 안에 돈이 들어온다.
다른 회선에 연체나 미납 요금이 남아 있으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미환급금에서 먼저 공제한 뒤 나머지가 입금된다. 정부24의 미환급금 찾기 메뉴에서는 국세·지방세 환급금과 묶어 통신 과오납금을 함께 확인한다.
◆ 해지 다음 달 자동이체가 돈을 남긴다
미환급금이 생기는 통로는 정해져 있다. 해지·번호이동 정산이 끝난 뒤 요금할인이 뒤늦게 반영되거나, 자동이체가 한 번 더 빠져나가 이중납부가 되는 경우다. 가입 때 맡긴 단말기·설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계약이 끝나는 사례도 여기 들어간다.
방송통신위원회 소비자 상담 사례에는 해지 정산을 마친 다음 달 자동이체가 중복 출금돼 4만8340원이 과오납된 건이 올라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안내하는 사례 중에는 번호이동 뒤 단말기 할부보증보험료 잔여액과 중복 납부액 3만5000원이 남아 비대면 신청으로 계좌에 돌려받은 경우가 있다.
◆ 보험료는 SK텔레콤 해지자, 유선 보증금은 3개사
같은 미환급금이라도 조회 대상이 갈린다. 단말기 할부보증보험료 잔여액은 무선 가입자 가운데 SK텔레콤 해지자만 해당한다. 유선전화 설비보증금은 KT 유선과 LG유플러스 유선,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대상이다.
스마트초이스의 일괄조회 범위는 통신 3사와 SK브로드밴드 네 곳이다. 알뜰폰 이용자는 자신이 쓰던 통신망을 고르면 그 망을 빌려 쓰는 사업자의 미환급액이 함께 조회된다.
◆ 14세 미만·법인·외국인은 온라인 조회 불가
빠지는 사람도 있다. 만 14세 미만과 법인, 외국인, 가명 가입자는 온라인 통합조회가 막혀 통신사 고객센터로 따로 신청해야 한다. 전산이 연동되지 않은 일부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미환급금도 개별 문의 대상이다.
온라인 신청이 본인 명의 계좌로만 한정돼 고령층이나 대리인은 지점을 찾아 서류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단체와 국회는 통신사가 요금 출금 계좌를 보유하고도 환불 전용 계좌가 없다는 이유로 자동 입금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지자의 연락처 변경이나 해외 이주, 사망 탓에 사업자가 먼저 환급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시효도 챙겨야 한다. 이동통신 과오납금은 신청하면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전액 지급한다는 것이 통신 3사의 업무처리 기준이지만, 상법상 상사채권 시효는 5년이다. 유료방송 해지 환급금은 기한을 넘기면 받기 어렵다. 2020년 국정감사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낸 자료로는 유료방송 미환급금이 139만9897건, 80억7331만원에 달했다. 사업자별로는 딜라이브 16억5900만원, SK브로드밴드 15억8000만원 순이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 달 국정감사에서 통신 3사의 미환급액 관리와 자동환급제 도입 여부를 점검한다. 통신 정책을 다루는 이 관계자는 이 자료를 언급하며 "통신 3사가 매년 영업이익을 갱신하고 있음에도 통신사의 실수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 30억 원 이상 미환급금으로 쌓이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