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실증 분석, 대구 마트 입점 소매점 매출 17.9% 증가 온라인 결제는 2.9% 감소… 노조 "주말 노동 고착" 반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일요일, 대형마트 평일 의무휴업을 도입한 지역과 기존 일요일 휴무를 유지하는 지역이 30개 시군구를 경계로 갈린다.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꾼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전국 30곳을 넘어섰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난 5월 분석에서다. 일요일에 장을 볼 수 있느냐는 마트 간판이 아니라 사는 동네 구청 고시가 정한다. 평일로 옮긴 지역에서 늘어난 것은 마트 매출만이 아니었다. KDI 세부 결제 분석을 보면 대구에서는 마트 안에 입점한 소매점 매출이 17.9% 늘었다.
◆ 평일 전환 30개 시군구, 대형마트 67곳·SSM 245곳
KDI가 지난 5월 21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돌린 기초지자체는 30곳이다. 2023년 8곳에서 급증한 수치다. 전국 시군구의 13% 수준이다.
여기에 걸리는 점포는 2025년 2월 전수집계 기준 대형마트 67개, 기업형 슈퍼마켓(SSM) 245개다. 2년 만에 4~5배로 불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5년 6월 국회에 제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검토의견에서는 평일 전환 지자체를 77곳으로 집계했다. SSM만 조정한 지자체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갈린다.
2012년 도입된 공휴일 의무휴업은 14년째 법에 남아 있다. 실제 운용은 조례와 지역 협의회로 넘어갔다.
◆ 대구·부산은 일요일 열고, 서울 20여 개 구는 닫는다
대구시는 2023년 2월 특·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8개 구·군 전체 휴무일을 둘째·넷째 월요일로 옮겼다. 부산시도 16개 구·군 대다수가 월요일이나 수요일로 바꿨다. 두 도시에서는 연휴 마지막 날 일요일에 마트가 정상 영업한다.
서울은 사정이 다르다. 서초구와 동대문구가 2024년 초 매월 2·4주 수요일로 전환했을 뿐, 나머지 20여 개 자치구는 2·4주 일요일 휴무를 그대로 둔다. 넷째 주 일요일인 27일에 이들 자치구 점포는 문을 닫는다.
충북 청주시는 일찌감치 수요일 휴무로 넘어갔다. 경남 진주시와 김해시는 노조와 상인 반발로 전환이 무산되거나 진통을 겪고 있다.
◆ 추석 당일로 휴업일 옮긴 남양주·서귀포, 보류된 광진구
연휴에 맞춰 휴업일을 한시 조정한 곳도 있다. 경기 남양주시는 관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9월 23일 수요일에서 추석 당일인 25일로 바꿔 지정했다. 제주 서귀포시는 근로자 휴식권을 이유로 넷째 주 토요일이던 휴업일을 추석 당일로 옮겼다. 같은 제주도 안에서도 제주시는 바꾸지 않아 추석 당일 정상 영업한다.
반대 방향도 있다. 서울 광진구는 평일 전환을 추진했다가 마트 노조와 전통시장 반발에 부딪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의결을 보류했다.
◆ 마트 매출 4.7~7.9% 늘 때 전통시장은 줄지 않았다
KDI는 신한카드 결제 자료로 전환 전후를 비교했다. 대형마트 매출은 대구에서 4.7%, 서울 서초·동대문구에서 2.8% 늘었다.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부산으로, 사하·강서·동·수영구가 6.22%, 동래구가 최대 7.9%였다.
관건은 전통시장이었다. 평일 전환 지역에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업태의 유의미한 매출 감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 서초·동대문구의 농축수산·전통유통 매출은 오히려 12.79% 늘었고, 대구의 생활식품잡화 매출도 15.39% 증가했다. 대구시와 한국유통학회가 2023년 9월 내놓은 6개월 효과 분석에서도 2·4주 일요일과 월요일 전통시장 매출은 34.7% 뛰었다.
◆ 줄어든 쪽은 전통시장이 아니라 온라인이었다
KDI의 지난 5월 분석 자료를 보면 대구의 온라인 쇼핑 결제액은 2.9% 줄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7%, 40대가 3.5%, 30대가 2.6% 감소했다. 주말에 묶였던 소비가 이커머스 대신 오프라인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배경에는 유통 지형의 이동이 있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무점포 소매업 매출액은 2006년 3조8000억원에서 2023년 96조3000억원으로 불었다. 업체 수도 1만4589개에서 39만1049개로 26.8배가 됐다. 산업부의 2024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온라인 비중은 50.6%, 대형마트는 11.9%였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브리핑에서 "맞벌이 가구나 자녀가 있는 가구는 주말에 구매를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평일 전환 이후 소비자가 선호하는 시점에 장보기가 가능해지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가족 대소사 못 챙긴다" 노동계 반발, 국회는 재규제 법안
반대 논리는 매출표에 잡히지 않는 곳에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 2025년 3월 공개한 부산 지역 실태조사에서 휴업일 변경 뒤 노동자 76.4%가 피로감을 호소했다. 일·가정 양립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91.8%에 달했다. 마트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집회에서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요일 의무 휴업을 빼앗기면 가족들의 대소사를 챙기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소상공인 단체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 6월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는 골목상권의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며 "원칙은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회에는 공휴일 휴무를 다시 의무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 산자중기위는 다음 달 관련 법안들을 심사할 예정이다. 여론은 완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성인 96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의무휴업 반대가 50.7%, 찬성이 34.2%로 지난 20일 집계됐다. 휴업일 대체 소비처로는 온라인 쇼핑몰이 39.3%로 가장 많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22일 "오프라인 유통의 현재 경쟁 상대는 내부가 아닌 이커머스로 전환됐다"며 "의무휴업으로 쇼핑 수요가 전통 상인들에게 갈 것이라는 기대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