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분 대신 가족봉안·수목장… 달라지는 경북 장묘문화

입력 2026-09-22 15: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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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률 90% 넘어서며 새 봉분 급감… 기존 선대 묘도 이장·화장 사례 늘어
"후대가 계속 관리하기 어려워"… 벌초 부담 줄이고 한곳서 추모하는 방식 확산

경북 안동지역에서 봉분 이전을 위한 이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안동지역에서 봉분 이전을 위한 이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우리나라 장묘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봉분의 퇴장'이다. 산소를 만들고 명절이나 기일마다 후손들이 벌초와 성묘를 하던 방식이 빠르게 줄고 화장과 봉안·자연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사업무 통계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국내 화장률은 94%에 달한다. 1993년 19.1%에 불과했던 화장률이 30여 년 만에 사실상 보편적인 장례 방식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변화는 새 묘를 만들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 선대 묘를 정리해 한곳으로 모시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에 사는 60대 A씨는 최근 산에 흩어져 있던 선대 묘 여러 기를 이장한 뒤 화장해 가족봉안시설에 함께 모셨다.

A씨는 "지금도 벌초철이면 여러 산을 찾아다니는 게 쉽지 않은데 우리 세대가 지나가면 자녀들이 계속 관리하기는 더 어려울 것 같았다"며 "후대에 부담을 남기기보다 한곳에 모셔 가족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녀 수가 줄고 후손들이 도시로 흩어지면서 묘지 관리와 벌초 자체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선산이나 마을 인근 야산에 조부모와 부모의 묘를 조성하고 자손들이 대를 이어 관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이제는 이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경북 안동지역에서 봉분 이장을 위해 관계자가 개장에 앞서 혼령을 위로하는 개토제를 지내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안동지역에서 봉분 이장을 위해 관계자가 개장에 앞서 혼령을 위로하는 개토제를 지내고 있다. 독자 제공

장례 방식도 한층 다양해졌다. 화장한 유골을 봉안당에 안치하거나 가족 단위 봉안묘에 함께 모시는 방식이 일반화됐고 잔디 아래에 모시는 평장과 나무 주변에 골분을 안치하는 수목장 등 자연장도 널리 선택되고 있다.

생전에 자신의 장례 방식을 미리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가 죽은 뒤 자식들이 벌초하러 산을 오르내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화장과 봉안을 선택하거나 여러 산에 흩어진 선대 묘를 미리 정리해 가족 단위로 관리하는 식이다.

종가와 문중도 예외는 아니다. 오랫동안 선산과 봉분 중심으로 이어온 조상 모시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이 커지면서 합동 묘제나 문중 봉안시설을 선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안동 진성이씨 문중이 퇴계종택 인근에 봉안당 '진선궁'을 조성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결국 장묘문화의 변화는 조상을 기리지 않는 방향이 아니라 후손들이 지속해서 관리하고 추모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과정에 가깝다. 봉분과 벌초 중심이던 전통 장례문화가 가족봉안과 자연장, 합동 추모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 유림 한 관계자는 "봉분이 줄어든다고 조상을 기리는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후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장묘와 제례 문화를 바꿔가는 것이 오히려 조상을 오래 기억하고 전통을 이어가는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