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부24 질의 3046만건인데 대화형 질문은 7%뿐

입력 2026-09-22 11: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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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110만건 중 1158만건 신청, 전환율 54.9% 등본·토지대장 대화형 발급 12월 개통, 오답·재식별은 숙제

정부24 홈페이지 제공
정부24 홈페이지 제공

정부24에 도입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시범운영 석 달 동안 누적 이용자 2848만 명, 질의 3046만 건을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 30일 내놓은 AI 정부24 시범서비스 이용현황 분석 결과에서다. 규모는 컸지만 정작 이 서비스의 핵심인 일상어 문장 질문은 전체의 7%에 그쳤다. 나머지 93%는 예전처럼 단어를 넣고 찾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증명서 발급과 숨은 혜택 조회가 몰리는 시기다. 행정은 이미 대화형으로 바뀌었는데 이용자의 검색 습관은 아직 그대로다.

◆ 석 달간 질의 3046만 건, 추천 2110만 건 중 1158만 건이 신청으로

AI 정부24는 지난 3월 9일 시범 개통했다. 정부24 회원 수는 2500만 명을 넘어 국민 2명 중 1명꼴이다. 회원 규모를 웃도는 접속이 석 달 만에 일어난 셈이다.

주목할 대목은 추천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비율이다. 행안부가 지난 6월 30일 공개한 시범서비스 분석 자료를 보면 AI가 서비스를 추천한 2110만 건 가운데 1158만 건이 민원 신청 절차로 연결됐다. 전환율 54.9%다. 검색 결과를 보고 창을 닫는 대신 절반 이상이 신청 화면까지 들어갔다.

AI가 맞춤 안내하는 중앙부처·지자체 민원과 혜택은 2만여 종에 이른다. 추가 로그인 없이 이어서 쓰는 타 기관 연계 서비스는 513종, 정부24 화면 안에서 곧바로 처리되는 연계 서비스는 50종으로 늘었다.

◆ 자연어 질문 7%, 오히려 10대와 60대가 문장으로 묻는다

문제는 쓰는 방식이다. 같은 분석에서 질의 유형은 키워드형 93%, 문장형 자연어 7%로 갈렸다. 행정용어를 몰라도 되게 만든 서비스인데, 대다수는 여전히 정확한 민원 명칭을 떠올려 입력한다.

연령별로는 뒤집힌다. 자연어 문장 질문 비중은 10대 이하가 10.8%, 60대 이상이 8.7%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행정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쪽이 오히려 대화형을 먼저 쓴다.

행안부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70세 독거 고령자가 '혜택'을 '혜탁'으로 잘못 적어 질문했다. AI는 문맥을 읽어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노인일자리 지원을 추천하고 신청 화면까지 안내했다. 임신 지원을 물은 이용자가 이어서 난임 시술비를 묻자 앞선 대화를 기억해 관할 지자체의 시술비 지원 조건을 연결한 사례도 있다. "나 이사했어"라는 한 문장에 전입신고와 함께 지역 어르신 돌봄, 동네 병원비 지원 사업까지 묶어 안내한 경우도 공개됐다.

◆ 12월 등본·토지대장 대화형 발급, 혜택 자동신청도 연내 시범

행안부는 올해 12월 AI 정부24를 정식 개통한다. 이때부터 주민등록등본과 토지대장을 시작으로 서식 입력 없이 대화와 본인인증만으로 서류를 받는 대화형 민원서류 발급이 단계적으로 들어간다. 자격을 갖추면 AI가 대신 신청해 주는 행정 혜택 자동신청 서비스도 연내 시범 개통한다. 몰라서 못 받는 신청주의의 빈틈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맞춤형 혜택 알리미가 안내하는 대상도 6000여 종에서 7500여 종으로 늘어난다. 통신 3사 컨소시엄은 연말 정부24와 연계해 증명서 83종을 발급하는 AI를 상용화한다. 민간 플랫폼과 연동된 AI 국민비서는 서류 100여 종 발급과 공공시설 1200곳 예약을 지원한다.

◆ 6초 넘으면 떠난다… 이탈률 18.7%, 부적절 질의 2.6%

속도는 약점이다. 행안부 분석에서 답변 뒤 다른 화면으로 빠져나간 이탈률은 18.7%였다. 인감이나 부동산처럼 목적이 분명한 민원은 응답 대기가 6초를 넘기면 이용을 포기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복지 혜택을 탐색하는 이용자는 기다렸지만, 서류 한 장을 떼러 온 사람은 기다리지 않았다.

전체 질의 가운데 프롬프트 공격이나 욕설 같은 부적절한 질의는 2.6%로 집계됐다. 행안부는 가드레일로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오답도 남은 숙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난 6월 내놓은 인공지능 모델 신뢰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법률 분야 답변의 환각 감지율은 64%에 그쳤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는 민원인이 개정 전 법령에 근거한 AI 답변을 들고 처벌을 주장해 담당 소방관이 현행 규정을 다시 입증해야 했다. 법원행정처는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가짜 사건번호를 걸러 내는 조회 서비스를 지난 3월 열었다.

◆ "주소·나이 단서가 결합되면 재식별의 문이 열린다"

개인정보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는 지난달 기고문에서 "AI 행정의 성패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책임의 설계'에 달려 있다"며 "본문에는 상세 주소, 나이, 발생 날짜 등과 같은 파편화된 단서들이 고스란히 남는다. 이들 각각은 직접적인 식별정보가 아니더라도 AI는 조각난 단서들을 추론할 수 있으며, 이 단서들이 결합하면 '재식별'의 문이 열리게 된다"고 밝혔다.

한 사이버보안 전문가는 21일 지역정보화 우수사례 발표대회 기조 발표에서 "AI와 바이브 코딩을 활용한 공공서비스 혁신이 확대될수록 보안도 개발과 운영 과정의 일부로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국민의 개인정보와 행정 데이터를 다루는 공공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해 개발 단계의 권한 검증부터 운영 이후의 외부 노출 자산 관리까지 지속적인 보안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