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시들해진 자동차株…'빈집' 된 지금, 다시 움직일까

입력 2026-09-22 09: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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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자동차 한 달 12.55%↓…현대차·기아 동반 약세
본업 실적·로봇 기대 흔들…엔화 강세는 반전 변수

(사진=연합 뉴스)
(사진=연합 뉴스)

최근 한 달 자동차주가 증시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나란히 하락한 가운데 자동차 업종 전체로도 두 자릿수 조정이 나타났다. 본업의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데다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까지 다소 식으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멀어진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자동차지수는 지난달 21일부터 전날까지 12.55%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14.01%, 기아는 8.47% 각각 떨어졌다.

자동차주 약세의 배경에는 본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원화 강세와 고금리에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차량 제조·판매 사업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메리츠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의 2027년 지배주주 순이익 추정치를 기존보다 각각 11%, 9% 낮췄다.

단기 실적을 둘러싼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원화 강세로 환율 여건이 비우호적으로 바뀐 데다 3분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까지 겹치면서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올해와 내년 이익 전망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한국과 인도에서도 경쟁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본사 영업이익률은 2024년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인도 시장에서는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점유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 매크로 환경 전개와 모빌리티 선도업체들의 시장 침투로 영업실적 창출의 핵심 시장인 한국·미국·인도 시장 내 판매 경쟁력 하락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산업 자체의 성장성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 수요 성장률이 둔화한 데다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중국 전기차 업체의 시장 확대까지 기존 완성차 업체의 성장성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시대에 자동차 산업은 수요 성장률 1~2%, 영업이익률 4%로 투자 매력이 낮다"고 평가했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에 머물 경우 기업가치가 낮아져 향후 성장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인재 확보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로봇 사업도 단기적으로는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027년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데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대규모 배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상장 시점이나 기업가치를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새로운 업데이트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누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내년까지 AI 기술 관련 뚜렷한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가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중장기적인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기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뿐 아니라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이족·사족 로봇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엔비디아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확보해 독자적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구축에 나선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구글과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로보틱스 아메리카를 통해 휴머노이드 대량 양산 기반도 구축할 계획이다.

반면 최근 주가 조정으로 투자자의 관심까지 크게 낮아진 점을 오히려 기회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업종보다 투자자의 포지션이 비어 있는 업종에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경우 주가 반응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엔화 흐름도 살펴볼 변수다.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일본 완성차 업체가 누려온 환율상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의 상대적인 경쟁 여건이 개선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자동차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낮아진 상태"라며 "자동차는 전형적인 '빈집'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외면받은 주식은 작은 모멘텀만으로도 속도감 있게 주가가 반등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