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자식보다 낫지"… 인구 1만6천 영양에 뜬 '동물 왕진'

입력 2026-09-06 13: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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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행복지원센터 앞 반려견·반려묘 안고 주민들 하나둘… 전국 첫 정기 순회진료
고령 농촌에선 반려동물도 식구… 놀이터·체험행사 이어 의료복지까지 확대

3일 영양군 입암면행정복지센터 일원에서 찾아가는 동물의료 서비스를 받고자 현장을 찾은 영양군민들이 반려동물의 진료를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3일 영양군 입암면행정복지센터 일원에서 찾아가는 동물의료 서비스를 받고자 현장을 찾은 영양군민들이 반려동물의 진료를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얘가 나보다 병원 호강을 하네."

3일 오전 경북 영양군 입암면행복지원센터 앞. 평소라면 사람들만 오갈 공간에 이날은 낯선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품에 안긴 작은 강아지부터 목줄을 당기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녀석까지 종류도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주인 품에 바짝 붙어 진료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보건소 풍경이다. 다만 이날 진료받는 환자가 사람이 아닌 반려견과 반려묘라는 점만 달랐다.

인구 1만6천명 남짓, 주민 10명 중 4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지역 영양에서 개와 고양이의 의미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자식들은 공부와 취업을 위해 대구나 서울 등 도시로 떠났지만 개와 고양이는 남았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밭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곁을 지킨다. 밥을 챙겨주고 말을 걸다 보면 어느새 마당을 지키던 집짐승에서 하루를 함께 보내는 식구가 된다. "멀리 사는 자식보다 맨날 옆에 있는 강아지가 더 예쁘다"는 농담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이 식구가 아프면 사정이 달라진다. 면 지역에 사는 고령 주민에게 반려동물을 데리고 동물병원까지 가는 일은 만만찮다. 운전을 하지 못하면 예방주사 한 번 맞히기도 어렵다.

영양군이 수의사를 주민에게 보내기로 한 이유다.

영양군은 이날 행복지원센터 앞에서 전국 최초 정기 순회형 '찾아가는 동물 의료 서비스' 첫 진료를 시작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매주 수요일 6개 읍·면을 돌며 진료하는 이른바 농촌형 동물 왕진이다.

진료대에 오른 강아지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인은 연신 등을 쓰다듬었다. 수의사는 몸 상태를 살핀 뒤 광견병 예방접종과 내·외부 기생충 구충을 진행했다. 동물등록이 안 된 반려동물은 등록을 도왔고 평소 먹이와 건강관리 방법도 1대 1로 상담했다. 비용은 받지 않았다.

한 주민은 "거리가 멀고 차가 없어 키우는 개 예방접종을 미루고 있었다"며 "군에서 직접 찾아와 진료하고 동물등록까지 해주니 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오도창 영양군수가 3일 영양군 찾아가는 동물의료 서비스 현장을 찾아 군민들과 소통하며 미소 짓고 있다. 김영진 기자
오도창 영양군수가 3일 영양군 찾아가는 동물의료 서비스 현장을 찾아 군민들과 소통하며 미소 짓고 있다. 김영진 기자

이날 현장을 찾은 오도창 영양군수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와 진료 과정을 살폈다.

이번 동물 왕진은 영양군이 최근 몇 년간 이어온 반려동물 복지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영양군은 지난 2021년부터 관련 기반을 마련해 2022년 유기동물보호소를 설치했고 2023년에는 제1회 반려동물 체험 프로그램 행사를 열었다.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도 조성했다. 놀이터는 298㎡ 규모 대형견 공간과 300㎡ 규모 중·소형견 공간을 분리해 운영한다.

수비면 검마산 자연휴양림은 반려견과 함께 입장하고 숙박할 수 있는 국립 자연휴양림으로 운영되고 있고, 주실마을에는 반려동물 동반 체험·숙박이 가능한 고택도 있다.

반려동물과 뛰어놀 공간을 만들고 함께 즐기는 행사를 열었던 영양군이 이제는 의료서비스까지 마을 가까이 가져온 셈이다. 특히 젊은 인구가 빠져나간 농촌에서 반려동물이 고령 주민의 정서적 동반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동물복지를 넘어선 생활밀착형 복지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영양군은 앞으로 현장에서 나온 주민 의견을 반영해 진료 대상과 지원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예방접종과 동물등록을 늘려 인수공통감염병과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현장에서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찾아가는 동물복지 행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며 "촘촘한 예방접종과 동물등록 관리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공존하는 영양군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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