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0여억 퍼붓고도 결국 '분만실 0곳'…밀양시의 탁상행정

입력 2026-08-27 14: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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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마지막 보루 제일병원, 오는 31일 진료 종료

사회2부 최영철 기자.
사회2부 최영철 기자.

밀양시에서 유일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마지막 보루, 제일병원이 오는 31일 진료를 종료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 2013년 정부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대상으로 지정된 지 13년 만에 밀양시의 분만 의료 망이 완전히 붕괴된 셈이다.

그 동안 70대 원장과 60대 전문의가 밤낮없이 당직을 서며 버티다 한계에 이를 동안, 밀양시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매년 5억 원의 혈세를 지원했으니 할 일을 다 했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연간 5억 원 예산 투여라는 사실이 행정의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출산 지원 예산 투여의 목적은 지역의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지켜낼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있다.

이번 사태는 예고된 인재(人災)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의료진 고령화와 장비 노후화, 전문의 구인난이라는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렸다. 그럼에도 밀양시는 오직 민간병원 한 곳의 선의와 희생에만 의존한 채 손을 놓고 있었다. 인근 대학병원과의 의료진 파견 협의나 공공 의료 인프라 확충, 지방정부 차원의 과감한 유인책 마련 등 제대로 된 대안조차 모색하지 않았다. 민간병원 한 곳이 흔들리면 지역 전체의 필수의료가 마비되는 취약한 구조를 13년 동안 방치한 것은 명백한 행정의 무능이자 방기다.

더욱 기가 막힌 건 폐업이 코앞으로 다가와서야 마련한 대책이 '원정 출산'과 '이송 체계 구축'뿐이라는 점이다. 사실상 지역의 임산부에게 "아이를 낳으려면 창원이나 양산, 대구로 가라"는 원정출산이 대책의 전부였다.

만약 산모에게 조기진통이나 산후출혈 같은 긴급 상황이 닥치면 이동 시간은 곧 산모와 아이의 목숨줄이 된다. 길 위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위험을 산모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밀양시가 말하는 출산정책이란 말인가. 아이 낳을 병원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출산지원금을 늘리고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겠다는 건 보여주기식 행정일 수밖에 없다.

밀양시는 이제라도 이에 대해서 책임 있는 자세로 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일병원 폐업 징후를 언제 처음 인지했는지, 또 대체 의료기관 확보를 위해 그 동안 어떤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 시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단기적인 구급차 증차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경남도 및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인근 대학병원 수준의 응급 수용 체계를 즉시 확보하고 새로운 분만 인프라를 유치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아이조차 낳을 수 없는 도시에는 미래가 없다. 밀양시의 안일한 탁상행정이 지역의 소멸을 앞당기고 있는 건 아닌지 시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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