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전국을 삼킨 8월 초, 민생 현장은 비명으로 가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단계를 발령하고 뼛속까지 타들어 가는 농심(農心)과 폭염 취약계층의 생존권이 위협받던 비상시국이었다. 전국의 절대 다수 지자체장들이 휴가와 주말을 반납하며 민생 현장을 챙기던 그 시각, 50만 김해시의 수장인 정영두 시장의 행보는 전혀 달랐다.
정 시장은 8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휴가를 내고 지역 단체 회원들과 유유히 파크골프를 즐겼다. 운동 뒤엔 술과 음식이 차려진 뒷풀이에 참석해 연신 술잔을 채우며 건배사를 건넸다. 김해 시민과 농민들이 더위와 농업용수 부족으로 발을 동동 구르던 힘겨운 시기에, 정 시장은 휴가 여유를 누리고 있었던 셈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김해시의 태도다. 시장의 행보에 대한 논란이 일자 서둘러 사진을 뿌리며 "(정 시장이) 휴가 기간에도 홀로 주민을 만나고 현장을 살핀 '현장 소통 행정'을 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찌는 듯한 더위 아래서 골프채를 잡고, 밤에는 술잔을 기울인 것을 '민생 행정'이라 포장하는 시의 태도에 시민들은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폭염 속에서 땀 흘린 현장의 공무원들과 타들어 가는 논밭을 보며 가슴을 쥐어짜던 농민, 유래 없는 폭염으로 고생하는 시민들에게 이보다 더한 모욕이 어디 있을까?
자자체 단체장의 휴가는 당연한 권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권리 역시도 지역 상황과 민생 현실이 우선 고려된 전제 하에서의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단체장이 취하는 행보마다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선결조건이 붙는다. 재난 수준의 비상 상황에서 정 시장의 행보는 단순한 개인 일정으로 봐선 안 된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가 시민과 농민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시의적절한 대책을 내놓지를 챙기는 등 단체장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게 지자체를 이끄는 장의 리더십 본질로 볼 수 있다.
유래없는 초가뭄과 폭염이라는 비상시국 상황에서 정 시장의 친목 도모성 골프와 술자리를 현장 행정이라 주장하기는 어렵다. 이런 주장 자체가 행정의 기본을 망각했거나 시민의 눈높이를 전혀 생각지 못한 부족한 처사에 해당된다.
김해 시민이 정 시장에게 바라는 것은 쩍쩍 갈라진 논밭을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농민과 폭염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시민의 고통을 백번 공감하면서 행동하는 솔선수범의 자세일 것이다. '소통'과 '현장'이라는 허울 좋은 말 뒤에서 민생을 망각한 정 시장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 시장은 자리가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을 깊이 통감하면서 앞으로 시민의 행복과 시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 분골쇄신(粉骨碎身)의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