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야, 택배 보냈다. 치아가 부실해서 잘 먹지도 못하던데. 어쩌겠나, 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고모부 잘 챙겨라."
시누이 치아 여러 개 뽑았다고 걱정하는 줄 알았더니, 시매부 걱정을 한다. 며칠 전 친정 식구 모임에서 쇠고기를 부실하게 씹는 남편 모습이 눈에 밟혔나 보다. 올케언니는 몸 보하라며 큼지막한 전복을 보냈다. 비닐봉지 속 바닷물에 잠긴 전복이 꿈틀거린다.
전복은 여러 종류로 나뉜다. 보편적으로 유통되는 참전복은 깊은 물에 서식한다. 회로 먹어도 좋으나 익혀서 먹을 때 더 부드럽고 쫄깃하다. 까막전복은 얕은 바다에 살다 보니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빨판에 힘을 실어 육질이 단단하다. 이런 경우 열을 가하면 더 질겨지니 얇게 썰어 회로 먹어야 한다. 오분자기는 전복 새끼가 아니다. 전복과에 속하지만 다른 종류이다. 크기가 작아 살은 얇으나 응축된 맛과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국물 요리에 적합하다.
전복의 내장 색깔로 자연산이냐 양식이냐 구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먹이를 먹었느냐에 따라 내장 색깔이 달라진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다시마를 먹고 자란 전복을 최상품으로 친다. 중국 내륙지방에서는 건전복(鲍鱼干)을 귀하게 여겼다. 예전에는 잘 말린 해삼과 제비집과 전복을 건화(乾貨)라고 하여 화폐 대신 사용했다.
조선 후기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慈山漁譜)는 해양생물학과 수산학을 저술한 서적이다. 전복을 한자어로 '복어(鰒魚)'로 기록해놓았다. 생김새가 사람 귀를 닮았다고 하여 '귀조개', 껍데기에 아홉 개 구멍이 있어 '구공라(九孔螺)'라고도 불렀다.
조개는 껍데기가 두 장인데, 전복은 껍데기가 한 장뿐이다. 몸 구조상 조개보다는 달팽이나 소라에 가까운 고둥류이다. 껍데기 안쪽의 매끈한 광택은 나전칠기의 공예로 사용하며 흔히 '자개'라고 부른다. 한방에서는 전복껍질을 '석결명(石決明)'이라는 이름의 약재로 사용한다. '눈을 밝게 하여 장님 눈을 뜨게 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붙일 만큼 안과 질환에 특효로 쓰인다.
전복은 예부터 '조개의 황제'로 칭할 만큼 귀한 해산물이자 영양 가치가 높은 식재료였다. 궁중 연회 및 수라상에 전복초, 전복느름적, 생복화양적, 추복탕 등의 형태로 조리되었으며, 연회 음식이었던 열구자탕(신선로)의 핵심 재료였다. 서늘한 성질로 몸의 진액(陰氣)을 보충해주며 특히 만성 피로, 허약 체질, 병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의 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탁월하다. 전복에 풍부한 타우린(Taurine) 성분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그야말로 전신 강장 식재료인 것이다.
원시림 같았던 시절이 있었건만, 이제 우리 피붙이들은 고목이 되어가는 중이다. 청천벽력에 두 가지는 꺾여져 떠났고, 양가 부모들은 모두 삼도천(三途川)을 건넜다. 물 위에 잠시 발자국을 남겼다 날아오르는 새처럼, 언젠가 우리의 발자국도 지워질 것은 당연하다.
해 기우는 저녁 식탁에 바다의 숨소리를 담는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전복 요리로 위로를 건넨다. 아직은 음식을 씹을 치아가 있음에 감사하며, 건강 챙기라고 전복 보내준 언니한테 고마움을 전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건강하자'라는 인사를 경전처럼 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