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토리로 배우는 인문학 수업
김금선 지음/ 세종서적 펴냄
유대인들만의 독특한 교육법인 하브루타는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질문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대화의 방식이다.
김금선 한국하브루타교육연구협회 회장은 20여 년간 입시교육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며 '자녀 교육보다 부모 교육이 먼저'라는 신념을 갖게 됐고, 하브루타 교육을 공교육과 가정교육에 접목해 질문과 토론 중심의 교육 문화를 확산하는 데 힘써왔다. 하브루타 독서토론 지도사와 하브루타 부모교육사, 그림책 코칭 지도사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메타인지 하브루타 교육사 과정도 개발했다.
하브루타 교육 현장에서 질문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관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직접 확인해온 그가 '스토리로 배우는 인문학 수업'을 펴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하나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선녀와 나무꾼'은 지은이가 15년 이상 부모들과 함께 읽고 토론해온 작품이다. 참여자들은 때로는 나무꾼, 또는 선녀, 사슴이 돼 이야기를 바라봤다. 같은 이야기를 읽었지만 누구도 같은 답을 내놓지 않았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각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배우자와 자녀를 이해하며, 가족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이러한 경험은 지은이에게 하나의 확신을 안겨줬다. 전래동화야말로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발견하지 못한 훌륭한 인문학 텍스트라는 사실이다.
지은이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선녀와 나무꾼'을 다시 읽으면, 익숙했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당신이 나무꾼이라면 선녀의 옷을 돌려줬을까? 나무꾼은 왜 자기 생각이 없이 사슴의 말을 믿었을까? 나무꾼을 떠난 선녀의 선택은 최선이었을까? 삶에서 가장 필요한 두레박은 무엇일까?
'어린왕자'가 삶의 시기마다 새로운 의미를 건네는 책이듯, 어릴 적 그저 흥미롭게만 읽었던 '선녀와 나무꾼'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변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돼 다시 읽으면 사랑과 신뢰를, 부부가 돼 읽으면 관계와 선택을, 삶의 무게를 경험한 뒤에는 책임과 용서를 생각하게 만든다. 동화를 다시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동화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다시 읽게 되는 것.
특히 각 챕터의 끝마다 수록한 '생각을 키우는 하브루타 질문'은 이야기를 자신의 삶으로 이어가도록 구성했다.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지금의 삶과 연결해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질문들이다.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비싼 수업료의 교육보다 부모와 함께 나눈 한 시간의 대화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복잡한 교육법이 아닌, 주말 저녁 가족이 둘러앉아 전래동화 한 편을 읽고 '너는 왜 그렇게 생각했니?'라고 묻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그 작은 질문 하나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화가 되고,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된다고 강조한다.
AI 시대, 중요한 것은 정보를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닌 질문을 품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삶이다. 한 편의 이야기를 오래 붙들고 자신의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끝까지 들어주는 경험이 쌓일 때 생각하는 힘이 자란다는 게 지은이의 얘기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나누는 대화는 사고력과 표현력, 공감과 성찰의 힘도 자연스럽게 길러준다.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부모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전래동화 한 편으로 집에서 작은 인문학 수업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272쪽, 1만9천5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