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보는 고사성어]<34>농단(壟斷), "높은 곳에 올라 이익이나 권력을 독점하다."

입력 2026-08-21 1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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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선관위의 '선거 농단(壟斷)' 사건…해체가 답이다", "李 공소 취소하면 국정농단(壟斷)" 등등, 최근 국내 정치가 엄중한 가운데 '농단'이란 말이 고개를 든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지난 정권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던 트라우마가 도질 듯하다.

농단할 수 있는 위치는 국정을 주무를 수 있는 높은 자리여야 한다. 하위에 있는 사람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높은 데로 오르면 오를수록 고급 정보를 다루기에 삐끗하면 감옥 갈 확률도 높아진다.

'농단'은 "언덕 롱(농), 가파를(깎아 세운 듯 높을) 단"으로 "높은 곳에 올라 이익이나 권력을 독점하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맹자』 「공손추・하」에서 유래한다. 다만 원문에는 농단(壟斷)이 아니라 '용단(龍斷)'으로 되어 있다.

『맹자』에 의하면, 욕심꾸러기 천장부(賤丈夫 천한 사내)는 시장바닥이 내려다보이는 깎아지른 듯한 언덕 즉 '농단'에 올라 상황을 살핀다. 그러다가 돈 될 만한 물건이 들어오면 미리 전부 사놓고, 나중에 폭리를 취해 비싸게 되판다. 이 천장부가 이익을 독점해버리는 바람에 기존에는 없던 세금 제도가 생기게 되었다며 맹자는 비판한다.

용단의 '용'은 예컨대 '용오름, 용솟음'에서 알 수 있듯이 무언가가 '기둥처럼 높이 솟아오른 것' 즉 사방이 탁 트인 홀로 높이 솟은 '언덕'을 뜻한다. 아울러 '단'은 '가파르다'의 뜻으로, 앞의 '용'을 수식한다. 당시에는 '용(龍)' 자가 언덕의 뜻인 '롱(壟)' 자와 통했다. 『맹자』를 현재의 체제로 편집하고 주를 단 후한의 학자 조기(趙岐)가 농단을 "언덕(堁)이 가파르게 높은(斷而高) 것"이라 풀이한 대로이다.

이후 '용단'은 깎아 세운 듯 높은 언덕이란 의미에서 대개 '농단'으로 고쳐서 읽고, 써왔다. 하지만, 청대의 역사가 하섭(夏燮)의 『중서기사(中西紀事)』나 시인 황준헌(黃遵憲)의 고체 장편시 「번객편(番客篇)」에서 보듯이, 『맹자』에 나오는 대로 '용단'으로 적고 농단의 의미로 새기는 흐름도 있음을 빠트려선 안 된다.

그런데, 왜 하필 '깎아 세운 듯 높은 언덕'인가? 이런 언덕은 평지보다 훨씬 높기에 낮은 데서 살피지 못하는 것을 죄다 선점할 이른바 망루(望樓) 역할을 한다. 이익・권력을 독점하는 자리의 상징이다. 국정농단이든 사법농단이든 일단 무언가를 독점할 위치에 서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물론 그런 위치에 선다고 다 농단을 저지르는 건 아니다. 그럴만한 '천장부'가 있어야 한다.

우리 역사에도 천장부가 많았다. 전통 문집 등에 보면, 맹자에 따라 '용단'이라 한 것과 '농단'으로 한 것이 섞여 있지만, 어쨌든 농단 사건이 더러 보인다. 아울러 신문・잡지를 포함한 근대기 사료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허다한 농단 기사들이 나온다. 그만큼 편법, 부정한 수탈이 횡행했던 시대였음을 말해 준다.

예컨대,"남해 교통 문제,일인(日人)의 농단에 일반의 불편이 자자"(동아일보 1925.4.14.), "폭리왕 경전(京電)…종시일관한 농단술"(중앙일보 1932.11.30.), "영덕・금호의 문제, 보(洑)에 암구(暗溝 숨은 배수로) 설치로 수천 소작인 궐기, 수만의 생명을 긷는 물을 일 개인이 농단한다고?"(조선중앙일보 1936.6.17.) 등등 측은한 풍경으로 즐비하다.

"82억 쓴 해외출장, 14회 모두 배우자 동행"이라며 비난받자 "배우자 동반은 '공무수행'"이라며 당당히 되치는 시대다. 정치가 있는 한 온갖 농단이 있을 텐데, 어쩌면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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